[기자의 눈]이종훈/정치개혁 또 ˝역시나…˝

  • 입력 2002년 11월 13일 18시 31분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가 13일 한나라당 민주당의 의견 대립으로 전체회의를 열지 못해 결국 정치개혁 관련 법안 처리가 무산될 위기에 처했다.

양당은 말로는 “정치문화를 획기적으로 개선하겠다”고 다짐했지만 그간 보여온 행태는 당리당략, 그 자체였다.

중앙선관위가 미디어 중심의 선거와 선거공영제 확대를 골자로 한 선거법 개정의견을 국회에 제출한 건 두 달 전인 9월7일. 박관용(朴寬用) 국회의장도 지난달 초 국회법 개정안을 내놓았다.

당시 양당은 “선거공영제 도입을 적극 찬성한다” “국회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한목소리로 환영의 뜻을 밝혔다. 하지만 법안을 심의할 정치개혁특위 구성은 차일피일 미루기만 했다. 민주당은 당 내분에 휩싸여 정신이 없었고, 한나라당은 선거법을 개정해봐야 득이 될 게 없다고 판단한 때문인지 먼저 나서기를 꺼렸다.

정치개혁에 소극적이라는 비난 여론이 비등해지자 양당 총무는 7일 허겁지겁 특위 구성에 합의하고 14일 국회 본회의를 열어 관련 법안을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때 이미 정치권 안팎에선 “정치개혁은 물 건너갔다”는 말이 나돌았다. 양당이 법 개정에 적극적인 ‘의지’를 보이지 않는 데다 물리적으로도 시간이 부족해 ‘생색내기’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그나마 11일 처음 열린 특위 산하 2개 소위에서부터 이런 불길한 예상은 맞아떨어졌다. 양당간 큰 견해차가 없던 정부 요직 ‘빅4’에 대한 인사청문회 실시 등에는 합의했지만 대선을 앞둔 정치권의 진정한 개혁의지를 가늠할 선거법과 정치자금법 분야에서는 아무런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그러나 13일 특위 전체회의가 무산된 뒤에도 양당은 책임 떠넘기기에만 급급했다. 한나라당은 “그간 민주당이 당 내분으로 아무 관심도 표시하지 않다가 이제 와서 자기들 요구를 전부 들어주지 않는다고 떼를 쓰고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민주당은 “한나라당이 선거공영제를 도입할 생각이 전혀 없다. 가장 중요한 선거법 개정안을 놔두고 어떻게 국회법 개정안만 통과시키느냐”고 반박했다.

‘선량’들을 뽑아 국회로 보낸 것은 국민이지만, 이미 그들의 귀에 국민의 질타는 들리지 않는 듯하다.

이종훈기자 정치부 taylor5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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