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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2년 11월 8일 18시 3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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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학생운동의 열기에 몸 담았던, 카페 ‘사계’의 주인 김은우는 이혼한 뒤 홀로 고독한 삶을 비틀대며 걸어간다. 은우는 술수가 판치는 세상 일엔 관심이 없다. ‘은둔자’로 자신의 방에 고여 있을 뿐.
그런 그에게 종달새 같은 여인이 날아 든다.
독일 사람들은 ‘러브 스토리’의 ‘제니’를 ‘예니’로 읽는다면서 그게 더 좋다고 말하는 귀여운 여자 장미라. 은우와 미라는 ‘서로에 대해 알려 하지 않는다’는 약속을 위태롭게 지켜 가지만, 미라에 대해 커가는 궁금증은 은우 자신의 정체성을 일깨우는 촉매가 된다.
소설은 미라의 죽음을 수사하는 형사가 은우의 카페를 방문하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마약 중독으로 죽은 젊은 여자에 얽힌 사연을 추적해가는 동시에 그 이면에 놓인 자아와 타인, 시대에 대한 성찰이 안개처럼 깔려 있는 작품이다.
“군데군데 뜯기고 끊어진 낡은 필름 조각들을 간신히 꿰어 맞춰놓은 듯한 소설을 쓰려고 했다. 인과가 모호하고, 정보가 부족하고, 뒷일을 알 수 없고, 길게 이어지는 사건이 아니라 조각난 파편들로 구성되어 있고… 이게 내가 본 ‘현실’이다.”
조이영기자 ly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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