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이강운/GM대우차 ´조용한 출발´

  • 입력 2002년 10월 24일 18시 10분


GM대우오토&테크놀러지(GM대우차)의 출발이 의외로 조촐하다. GM대우차는 이미 17일 대우차 정리계획이 종료되면서 서류상으론 이날부터 공식 출범했다. 그 다음엔 상다리가 부러질 만큼 한 상 보기 좋게 차려놓고 손님들을 불러모아 이를 널리 알리는 성대한 출범식이 으레 있기 마련이다. 한국적인 기업관행으로는 적어도 그렇게 해 왔다.

GM대우차 닉 라일리 사장 등 파란 눈의 경영진은 그러나 다른 방식을 선택했다. 각계 인사를 초청하는 공식적인 출범행사는 일절 생략하고 내부 결속을 다지는 데 주력하기로 한 것. 공식적인 행사라면 28일 부평에서 내외신 기자회견을 여는 정도가 고작이다.

라일리 사장은 한국적인 기업풍토를 설명하면서 대대적인 출범식을 건의한 옛 대우차 임원에게 “경영의 조기 안정화와 직원들의 컨센서스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고 한다.

라일리 사장은 21∼23일 부평 군산 창원 공장에서 직원들을 대상으로 8차례의 경영설명회를 가졌다. 장소가 비좁아 부평과 창원에선 각각 세차례에 걸쳐 직원들을 만났다. 그리고 40분씩 똑같은 말을 반복했다.

그가 한 말을 요약하면 이렇다. “그동안 마음고생이 많았다. GM대우차의 출범은 대우차와 직원 여러분 모두에게 새로운 기회를 의미한다. 월드컵에서 보여준 열정을 GM대우차의 경영안정화에 쏟아준다면 우리는 반드시 성공할 수 있다.”

라일리 사장을 비롯한 경영진은 경영방침과 비전, 그리고 자신감을 피력하면서 직원들과 첫 인사를 나눈 셈이다.

GM대우차의 출범은 현대·기아차 일변도의 국내 완성차업계에 지각변동의 가능성을 알리는 신호탄이다. 국산 자동차는 포화상태에 다다른 내수시장에서 벗어나 세계로 활동무대를 넓혀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싸울 만한 상대와 치열한 품질경쟁을 벌여야 한다.

GM대우차의 출발은 조용하지만 어떤 결과를 낳을지는 아무도 모른다. 성대한 잔치를 벌였다가 쓸쓸하게 퇴장한 기업이 어디 한두 군데인가. GM대우차의 ‘조용한’ 출발이 한국산 자동차의 전반적인 품질향상을 촉발하는 ‘굉음’으로 이어질지 지켜보자.

이강운기자 경제부 kwoon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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