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 얼마 전까지 JP와 자민련을 ‘보따리장수’니 ‘패거리정당’이니 하며 몰아붙였던 사람들의 표변은 더욱 실망스럽다. 이들의 ‘3김 정치 청산’과 ‘정치개혁’ 구호는 다 식언이었단 말인가. 자민련을 ‘고사’시키려 한 것이 언제인데, 이제 와서 색깔과 이념이 같다고 말하는 것도 낯간지러운 일이다. 그런 이유로 손을 잡으려 한다면 진작 했거나, 아니면 대선 후에 하는 게 합당하다.
JP 끌어안기의 근저엔 충청권을 볼모로 하는 파괴적인 지역주의가 도사리고 있다는 점에서 기실 피해자는 충청도 유권자들이다. 대선 판세가 유동적일 때마다 JP와 몇몇 주변사람은 줄타기 정치로 잠시 권력의 곁불을 쬘 수 있었는지 몰라도, 충청 유권자들은 결과적으로 언제나 속았기 때문이다.
‘역사와 국민 앞에 봉사한다는 일념’으로 단행했다고 한 1990년 3당 합당이나 내각제 개헌을 매개로 한 1997년 DJP공조만 봐도 정권획득만을 위한 편의적인 동맹은 그 결말이 얼마나 허망했는지를 잘 알 수 있다. 3당 합당이나 DJP공조 모두 성사된 직후부터 동맹세력간의 내홍이 끊이지 않다가 몇 년 못 가 분열과 해체의 길을 걸었다. 또한 그 덕으로 현 정권에서 총리를 지내기도 한 JP는 지난 5년 동안에도 어지러울 정도로 정치곡예를 거듭했다.
각 정파가 그런 JP와의 제휴를 추진하는 것은 그에게 다시 한번 지역주의에 의존한 ‘선거 마술’을 부탁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이는 그동안 상처 입은 충청 유권자들의 자존심은 안중에도 없는 행위다. 정치권은 더 이상 충청 유권자들을 놀리지 말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