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무능한 금감위, 줄줄 샌 공자금

  • 입력 2002년 9월 25일 18시 41분


금융감독위원회가 부실금융회사의 감사보고서를 제대로 검토하지 않는 바람에 공적자금이 더 들어가게 됐다는 것은 한심한 일이다. 문을 닫아야 할 금융회사의 영업을 허가함으로써 수조원의 공적자금이 낭비되는 결과를 초래했다면 금감위의 존재 명분은 어떻게 설명될 수 있을까.

금감위는 외환위기 때 영업정지된 대한종금과 나라종금에 대해 회계법인들이 낸 감사보고서를 토대로 1998년 6개월 만에 영업을 허가했다. 그러나 부실이 심했던 두 회사는 각각 1년, 2년 후에 문을 닫았고 그 결과 3조원가량의 공적자금이 더 투입됐다는 것이 감사원 특감 결과이다.

외부 전문가들로 구성된 경영평가위원회의 평가 결과에 따라 영업을 허가했다는 금감위의 해명은 군색하다. 종합금융회사의 생사를 결정하는 권한은 어디까지나 금감위의 몫이다. 금융회사에 대한 검사권 감독권에다 특검까지 할 수 있는 금감위가 감사보고서만으로 경영상태를 평가했다면 직무유기이거나 무능력한 것이다. 만에 하나 정치권 등 외부 압력을 받고 눈감아 주었다면 의혹을 밝혀야 한다.

금감위의 책임을 묻는 감사원의 자세도 문제다. 금융감독위원장에 대한 주의조치만으로 끝낸 것은 납득이 가지 않는다. 감사원이 공적자금에 대한 감사를 통해 올린 성과는 인정하지만 정책적인 잘못에 대해 책임을 철저히 추궁하지 못한 것은 외환위기의 근본원인을 간과했다는 점에서 실망스럽다.

금융기관에 손실을 입힌 부실기업의 임직원과 회계법인들은 지금 대규모 손해배상청구소송을 당하고 있다. 그러나 각종 규제와 협조사항이라는 명분으로 금융기관의 경영을 좌지우지해 온 감독기관의 관련자들이 누구하나 책임을 지지 않는다면 형평에 어긋나는 일이다.

외환위기 이후 156조원의 공적자금이 투입됐고 최소한 69조원은 회수할 수 없다고 한다. 이 가운데 금융감독기관 담당자들과 정치권이 책임져야 할 몫도 적지 않을 것이다. 권한만 있고 책임은 없는 금융감독 기능은 바로잡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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