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우리 납북자도 돌려보내야

  • 입력 2002년 9월 18일 18시 52분


엊그제 북-일 정상회담에서 김정일(金正日) 북한 국방위원장이 일본인 납치사실을 시인함으로써 북한 정권의 비이성적 면모가 일부나마 확인됐다. 그의 발언에 따르면 일본인 납치는 북한의 ‘특별수사기관’에 의해 저질러졌다. 북한 정권은 일본어 학습과 남한 침투를 목적으로 외국인을 마구잡이로 납치하는 국가 범죄도 서슴지 않는 집단이라는 얘기다.

북한이 늦게나마 잘못을 인정하고 재발 방지 약속을 한 것은 북-일관계 개선을 위해 도움이 될 것이다. 북한 외무성은 피랍 일본인이 원할 경우 귀국을 허용하겠다는 담화까지 발표해 이들의 귀향이 실현될 가능성도 크다. 그러나 피랍 일본인 문제가 술술 풀리는 것을 지켜보는 우리의 심경은 착잡하기만 하다. 북한 정권으로 인해 겪은 고통의 크기로 보면 우리가 일본에 비할 바가 아니기 때문이다.

김 국방위원장이 진심으로 사과하고 뉘우쳤다면 우리에게 저지른 과오도 인정해야 한다. 똑같은 인륜의 문제를 놓고 일본과 우리를 다르게 대한다면 북한의 저의를 의심할 수밖에 없다. 북한은 아웅산 폭탄테러와 대한항공 858기 폭파사건의 책임자를 처벌하고 재발방지 약속을 해야 한다. 북한에 억류돼 있는 납북자 487명의 생사 확인과 생존자의 송환 요구에도 응해야 한다.

우리의 태도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볼 필요도 있다. 북-일 정상회담은 감동적이지는 않았지만 성과는 많았다.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일본 총리는 과감하게 의전행사를 생략하고 직설적인 화법으로 정상회담에 임했다. 그는 납치 문제에 대해 “북한에 강력히 항의한다”며 “유감스러운 일이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적절한 조치를 취해 달라”고 김 국방위원장을 몰아붙였다.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이 고이즈미 방식을 시도했는지는 의문이다. 의전행사에 매이고, 포도주를 마시며 노래하는 뒤풀이 행사에 몰두하느라 해야 할 말을 삼킨 것은 아닌가. 우리정부는 이제라도 납북자 송환에 적극성을 보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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