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차 '눈물의 보답'…퇴직자위한 기금 3억 수재의연금 쾌척

  • 입력 2002년 9월 13일 18시 20분


“남은 돈을 전부 수재의연금으로 내자.”

“아니다. 월급도 못받고 일하는 협력업체 직원들도 있지 않은가.”

11일 대우자동차 부평공장에서는 사무직 노동자들의 권익단체인 사무노동직장발전위원회(사무노위) 대의원대회가 열렸다.

3시간 동안 진행된 이날 회의의 안건은 딱 하나. 자의반 타의반으로 회사를 떠난 사무직 근로자들의 퇴직위로금으로 쓰고 남은 9억4500만원을 수재의연금으로 내는 사안이었다. 지난해 1월 말 마지막으로 회사를 떠나야 했던 사무직 동료들에게 회사가 퇴직위로금을 주지 못하자 ‘살아남은’ 동료들이 당시 받았던 상여금 중 절반씩 떼어 한사람당 800만원씩 주고 남은 기금. 동종업계 직원들보다 30% 정도 임금이 깎인 대우차 직원들은 수해 전까지만 해도 ‘남은 기금을 다시 나눠 갖자’는 분위기가 우세했다.

놀랍게도 대의원 중 수재의연금 기탁에 반대하는 사람은 한명도 없었다. 이창섭(李昌燮) 사무노위 위원장은 “오히려 남은 돈을 전부 내자는 의견이 대부분이어서 나도 놀랐다”고 밝혔다.

그러나 회의에서는 기금의 30%를 내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다. 법정관리 중 받은 상여금은 따지고 보면 채권은행에서 준 것이고, 월급도 못받고 일하는 협력업체 분위기도 살펴야 한다는 ‘신중론’이 막판에 우세했기 때문.

대우차는 12일 이렇게 사무직 직원들이 2억8500만원가량을 내놓고 58명의 임원들이 정성을 더해 모두 3억원을 냈다. 다른 완성차업체가 내놓은 수재의연금의 10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

그러나 유강석(兪康錫) 사무노위 사무국장은 “공적자금 혜택을 받은 우리가 사회에 일부라도 보답한 첫 사례”라며 “GM대우차 출범 이후 더욱 봉사하는 기업으로 태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박래정기자 eco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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