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편지]이평규/삭막한 도시 주택가 ‘담 헐고 나무를 심자’

  • 입력 2002년 9월 12일 17시 44분


역사상 980여 회의 외침을 받은 우리 민족은 담을 쌓는 문화가 발달했다. 그러나 현대와 같은 디지털 문화시대를 맞아 담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볼 때가 된 것 같다. 이미 제비가 사라진 도시에서 제비를 다시 불러올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담이 있는 곳의 담을 허물고 다양한 나무 심기를 제안해본다.

나는 실제로 1995년 경기 고양시 일산신도시의 신축 아파트 1층에 입주하면서 아파트 앞뒤 빈터에 나무를 심었다. 그 나무들은 지금은 울창해져 여름에는 더운 햇볕을 자연스럽게 차단하고 맑은 공기를 준다. 나무 이외의 냉방시설이 필요없게 된 것이다. 아파트를 찾은 손님들 가운데 어떤 분은 ‘천국’ 같다고 표현하고 있다. 그때의 희열을 나는 기억하고 있다. 또 그때 심은 유실수들이 열매를 맺어 일상을 더 풍족하게 해주고 있다. 이러한 환경이 안정된 정서를 제공했는지 우리 아이들은 밝고 건강하게 성장했다.

현재 구청이나 경찰서 등 일부 관공서에서도 담을 허물고 나무를 심는 변화가 일고 있는데 이런 흐름이 도시 전체의 주택가로 퍼졌으면 한다. ‘천리 길도 한 걸음부터’라고 하듯 30∼40년 뒤의 ‘나무 담’으로 수도권은 몰라보게 달라져 대기 정화능력이 지금 남산의 몇 십배에 이를 수 있다. 그때가 오면 북한산에서도 4, 5년 전 없어졌던 제비들을 볼 수 있게 될 것이다.

이평규 국립공원관리공단 북한산 관리사무소 정릉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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