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마당]김두섭/통계와 더불어 사는 세상

  • 입력 2002년 9월 1일 18시 21분


현대인들은 각종 통계 속에 파묻혀 산다. 요즘 신문이나 방송을 보면 조사를 통해 얻어진 통계자료를 이용한 보도가 하루가 멀다하게 쏟아진다. 선거 후보들과 정치인들은 표본조사를 통해 측정되는 지지율과 여론에 따라 일희일비하고, 주식시장은 수시로 발표되는 각종 경제통계나 사회통계에 따라 춤을 춘다. 어느 조직체나 개인을 막론하고 통계에 의존하지 않고는 존립하거나 기능을 유지하기가 매우 어려운 세상이 되었다.

통계(statistics)라는 단어의 어원을 따져보면 한 국가의 기능유지에 필수적으로 중요한 인구와 경제정보의 집합체란 뜻이 담겨 있다. 1970년대 말까지만 해도 통계란 국가기관에서나 작성하는 것으로 이해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그러다가 1980년대에 들어오면서부터 여론조사, 선거조사, 마케팅조사 등 다양한 형태의 조사가 행해지고 사회조사와 통계의 유용성에 대한 인식도 높아진 것으로 판단된다.

컴퓨터와 통계분석기법의 획기적인 발전으로 대용량 통계자료의 처리가 손쉬워지면서 우리나라 통계의 수준은 양과 질의 측면에서 비약적으로 향상되고 우리의 일상생활과도 가까워졌다. 통계청을 비롯한 국가기관에서 작성하는 각종 통계의 질이 급속히 향상되었고 이들 통계에 대한 접근도 쉬워졌다. 예를 들어 요즘 이들 기관의 홈페이지에 들어가 보면 웬만한 통계들은 즉석에서 바로 얻어낼 수 있게 구성되어 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통계의 활용수준과 방법, 그리고 통계관련 작업에 대한 인식이 만족스러운 수준에 도달한 것은 아니다. 새로운 통계자료에 대한 수요가 날로 늘어나는데도 불구하고 통계의 중요성에 대한 정부의 인식과 제도적인 뒷받침은 충분하지 않은 것으로 판단된다. 특히 통계작성에 종사하는 관료나 전문가들이 한자리에 오래 머물지 않고 자주 교체되는 것은, 경험과 기술의 축적을 지연시킨다는 점을 감안하면 바람직한 현상이 아니다.

아직도 일부 사람들은 통계를 피상적인 것이거나 자기의 주장을 관철시키기 위해 겉치레로 동원하는 것쯤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통계의 작성과정과 절차를 편의에 따라 대충 밟아도 되는 것으로 생각하거나, 통계자료를 자의적으로 해석하는 경향도 심각한 문제이다. 대중매체를 통해 발표되는 통계분석 결과를 곰곰이 들여다보면 부정확하거나 잘못된 해석이 자주 눈과 귀에 거슬린다. 입장이 다르면 같은 통계자료를 갖고 전혀 상반되는 해석을 내리는 경우도 있다.

통계의 생명은 정확성과 신뢰성에 있다. 정확하고 믿을 수 있는 통계자료를 신속하게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많은 인력, 시간, 재원뿐만 아니라 축적된 경험과 기술의 뒷받침이 필요하다. 통계자료의 적절한 분석과 해석을 위해서도 많은 훈련과 노력이 수반되어야 한다.

9월 1일은 ‘통계의 날’이었다. 우리 사회에서 통계의 역할과 중요성이 날로 높아지는 것에 비례해 통계자료의 질적 수준과 우리의 활용능력, 통계관련 기관의 제도적인 여건, 그리고 통계에 대한 인식이 좀더 개선되기를 기대해 본다.

김두섭 한양대 사회과학대학장·사회통계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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