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경남]책써서 경찰 바로잡는 택시운전사

  • 입력 2002년 8월 29일 21시 33분


초등학교 학력의 50대 택시운전사가 경찰의 비원칙적인 조사관행을 지적하는 책을 펴냈다.

20년간 부산에서 택시를 운전해 온 김효부(金孝夫·58)씨는 29일 자신이 직접 경험한 경찰의 업무처리 태도 등을 기록한 ‘보내는 원칙 돌아오는 비원칙’이라는 제목의 234페이지짜리 책을 펴냈다.

92년 버스의 무리한 끼어들기로 일방적인 교통사고 피해를 당한 그는 경찰의 무성의한 사고조사 때문에 양측 모두 과실이 있는 것으로 처리돼 개인택시 면허취득에 불이익을 받게 되자 이를 바로잡기 위해 교통관련 법규와 경찰의 업무처리 규정을 공부하기 시작했다.

결국 그는 경찰의 주먹구구식 사고조사 때문에 억울하게 쌍방과실로 처리됐다는 사실을 조목조목 지적해 검찰에서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이후에도 두 차례 교통사고를 당했지만 매번 경찰의 무성의한 조사로 인해 부당한 피해를 당하자 힘겨운 ‘투쟁’으로 제대로 사건처리가 되게 바로잡았다. 이 때문에 경찰관 3명이 업무소홀로 징계를 받기도 했다.

더구나 그는 지난해 술취한 승객과 시비를 벌인 사건을 경찰이 강압적으로 조사해 기소유예 처분을 받을 수 있는 기회를 놓치고 벌금형에 폭력전과까지 얻게 되자 경찰의 잘못된 관행을 지적하는 책을 출간하기로 결심했다.

그는 지난해 9월부터 글을 쓰기 위해 택시운전을 중단하고 한글 맞춤법과 법률지식까지 공부해가며 힘들게 책을 완성했으며 이 책을 택시회사와 경찰서 민원실 등에 나눠주고 있다.

김씨는 “무전유죄(無錢有罪)가 아니라 무지유죄(無知有罪)라는 생각에 책을 쓰게 됐다”며 “나처럼 배움이 부족한 사람들이 부당한 공권력으로부터 고통을 당할 때 이 책을 읽고 도움을 받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부산〓석동빈기자

mobid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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