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민주당 폭로전 "수연씨 병적기록표도 조작"

  • 입력 2002년 8월 25일 18시 31분


한나라당 김영일 사무총장(왼쪽)과 민주당 천용택 의원 - 서영수기자
한나라당 김영일 사무총장(왼쪽)과 민주당 천용택 의원 - 서영수기자
한나라당은 ‘병풍 쟁점화 요청’ 논란과 관련해 박지원(朴智元) 대통령비서실장의 배후의혹을 제기한 데 이어 25일에는 대통령정책기획수석비서관을 지낸 김성재(金聖在) 문화관광부장관의 연루설을 주장하며 공세를 계속했다.

김영일(金榮馹) 사무총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현 내각의 장관급 인사(김 장관을 지칭)가 대통령수석비서관이던 2000년 1월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에게 정치인 병무비리를 재수사할 것을 건의했다”고 주장했다.

김 총장은 또 “그는 2000년 1월초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 자격으로 군검찰 관계자를 불러 이회창(李會昌) 대통령후보 문제를 집중적으로 밝혀낼 것도 요구했다”며 “병역수사는 현 정권이 지난 4년간 준비해 온 공작정치의 산물이다”고 말했다.

한나라당은 김 장관이 4·13 총선을 앞두고 ‘추가적인 병무비리 의혹 조사대상 국회의원’이란 문건을 만들었고 문건에는 이 후보 등 45명의 의원과 57명의 아들들이 거명돼 있다고 주장했다. 김 총장은 “이 문건은 김대업(金大業)씨가 작성을 주도했다”며 “현직 공무원이 이 같은 의혹을 입증할 문건을 제공하고 증언까지 해 왔다”고 밝혔다.

한나라당은 김 장관이 시민단체에서 오랫동안 활동해왔다는 점과 2000년 시민단체들이 병역비리 수사를 정부에 촉구할 당시 ‘제보 문건’까지 작성해 청와대에 제출한 점에 주목하고 있다. 김 총장은 “우리가 입수한 청와대 보고서와 시민단체의 제보 문건이 아주 흡사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김 장관은 보도자료를 내고 “당시 대통령정책기획수석비서관으로서 군검찰 관계자를 불러 병무비리 재수사를 지시한 적도, 대통령에게 보고한 것도 없다”며 반박했다. 그는 “병무비리 사실을 안 것은 한 시민단체가 민정수석실(신광옥 수석비서관)에 병무비리를 철저히 수사해 달라고 접수한 민원이 언론에 보도되면서 알게 됐다”고 덧붙였다.

민주당은 25일 한나라당 이 후보 차남 수연(秀淵)씨의 병적기록표 부모란에 큰아버지 큰어머니 이름(이회정 김경희)이 기재돼 있는 것과 관련해 “행정착오가 아니라 처음부터 병역을 면제받기 위해 거짓 작성된 것”이라며 검찰수사를 촉구했다.

천용택(千容宅) 병역비리진상조사위원장은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병적기록표는 신검대상자가 직접 작성한 ‘제1국민역편입신고서’와 호적부를 동시에 대조하며 작성하기 때문에 가족관계를 잘못 기재할 가능성이 없다”며 허위작성 가능성을 주장했다.

특히 이 후보 아들들의 병적기록표가 작성된 80년대에는 고위공직자와 재벌들을 ‘특별관리대상’으로 관리한 만큼 병적기록표를 잘못 작성할 확률은 전무하다는 것.

천 위원장은 “이 후보는 97년 ‘실무자가 호적등본을 보고 잘못 기재한 것 같다. 분가하기 전 아버님이 호주로 돼 있었고 형님 이름이 제일 위에 있어 형님 이름을 쓴 것 같다’고 해명했으나 거짓임이 드러났다”고 공격했다.

그는 이어 “병적기록표 허위 작성 과정에는 (수연씨가 거주하던) 서울 종로구청 담당공무원이 개입했을 것으로 보인다”며 “97년 병역문제가 불거지자 수연씨의 병적기록표에 이회창 이정연을 추가로 기재하고 ‘백부 백모’라고 가필한 것이 분명하다. 이는 97년에 병역비리 은폐대책회의가 있었음을 추론케 하는 대목이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 김정훈(金正薰) 법률특보는 “호적부의 뒷장에 적혀 있는 수연씨 백부모를 부모로 오인해서 작성했을 가능성이 높다”며 “제1국민역 편입신고서는 고교 재학생들이 작성하기 때문에 틀리는 경우가 많아 후임 병무 담당자가 나중에 이를 알고 바로잡은 것”이라고 주장했다.이에 대해 한나라당 김정훈(金正薰) 법률특보는 “지금까지 정연(正淵)씨 병적기록표가 조작된 것처럼 의혹을 제기해오다 아무런 증거를 내놓지 못하자 이제는 수연씨의 병적기록표가 조작된 것처럼 터무니없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김승련기자 srkim@donga.com

정용관기자 yongari@donga.com

이종훈기자taylor5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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