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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2년 8월 22일 17시 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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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셋플러스투자자문 강방천 전무(42·사진)의 이름 앞에는 이런 긴 설명이 붙는다.
틀린 말이 아니다. 그는 1997년부터 1년반 만에 1억원을 150억원으로 불렸고 그 돈으로 회사를 차렸다. 사장 자리를 마다하는 바람에 전무로 일하고 있지만 에셋플러스의 최대주주는 강 전무다. 장기투자, 가치투자를 지향하는 사람 치고 그만큼 단기간에 높은 수익을 올린 이는 찾아보기 어렵다.
그러나 정작 당사자인 강 전무는 이런 화려한 수사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오히려 자신을 ‘상식적인 가치투자자’로 불러주길 바란다.
그에게 큰돈을 번 투자비법을 물었다. 답은 의외로 간단했다. “상식에서 출발하십시오. 그리고 기업의 동반자로 행동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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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식에서 출발한다〓1996년 그는 새집으로 이사하면서 도시가스에 관한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됐다. 도시가스를 새로 설치할 때 설치비 일부를 가입자가 부담해야 하며 그 돈은 다시 돌려 받을 수 없다는 것.
강 전무는 즉시 이 돈이 어디로 흘러가는지 살펴봤다. 그리고 이 돈이 가스회사 손익계산서에는 잡히지 않지만 대차대조표에 자본잉여금으로 잡혀 기업가치를 높이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겉으로는 잘 보이지 않는 이익’이 회사 장부에 차곡차곡 쌓이고 있던 것.
당시 도시가스 회사들은 저성장 산업으로 찍혀 주가가 바닥을 기고 있었다. 그러나 그는 주저하지 않고 도시가스 회사인 삼천리 주식을 주당 3만6000원에 17만주나 사들였다. 그리고 이 주식을 장기 보유한 뒤 주당 8만원에 팔았다.
그의 투자 아이디어는 이처럼 상식에서 출발하는 경우가 많다. 경찰이 교통단속을 강화하면 “교통사고가 줄어들테니 보험주를 사자”는 식이다.
▽기업의 동반자가 되자〓강 전무는 주주를 ‘기업의 이익을 공유하는 사람’으로 정의한다.주식을 사고 파는 것은 단순히 시세차익을 노린 유가증권 매매가 아니라 한 기업의 주인이자 동반자가 되는 행동이라는 뜻. 시세차익은 자연히 따라온다는 설명이다.
이런 관점에서 출발하면 어떤 종목에 투자해야 할지 명확해진다. 첫째, 사업내용을 잘 아는 회사에 투자한다. 기업의 동반자가 되려는 사람이 어떤 회사인지도 모르는 종목에 투자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
둘째, 매출이 아니라 이익이 늘어나는 기업에 투자한다. 주주란 매출이 아니라 이익을 공유하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회사의 이익을 주주에게 돌려주는 회사에 투자한다.
그는 1989년 한국이동통신(SK텔레콤 전신) 주식을 2만2000원에 사 6년 동안 기다린 뒤 47만원에 팔았다. 많은 사람들이 그에게 “어떻게 그렇게 오래 기다릴 수 있느냐”고 묻는다.
그는 이렇게 답한다. “시세차익을 노리고 투자하면 주가가 두 배, 세 배만 올라도 팔고 싶어진다. 그러나 나는 시세차익을 노린 투기꾼이 아니라 기업의 동반자다. 진정한 동반자는 기업이 커가는 모습을 두려움 없이 오랫동안 지켜볼 수 있다.”
이완배기자 roryrer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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