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어디로]反盧 이탈시작… 親盧 “갈테면 가라”

  • 입력 2002년 8월 16일 18시 40분


어수선한 단상 - 서영수기자
어수선한 단상 - 서영수기자
《16일 열린 민주당의 국회의원 및 원외지구당위원장 연석회의는 결국 난상토론 끝에 친노(親盧)-중도-반노(反盧)파간의 극명한 시각차만 노정해 갈등의 골만 깊어졌다. 특히 당내 각 계파는 서로 다른 화두를 껴안고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됐다. 친노파는 ‘반노파를 포용할 것이냐 갈라설 것이냐’, 반노파는 ‘잔류냐 이탈이냐’, 중도파는 ‘거대신당이냐, 재창당이냐’를 놓고 중대한 선택을 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민주당의 표류는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反盧: 先사퇴 압박-新黨 창당작업 병행▼

반노파 내에서도 강경파로 분류됐던 안동선(安東善) 의원이 이날 연석회의 도중 전격적으로 탈당을 선언함으로써 반노파의 이탈 움직임은 이제 ‘초읽기’에 들어간 느낌이다. 다만 현재로선 안 의원의 ‘결단’은 이인제(李仁濟) 의원측과의 치밀한 협의 끝에 나온 결론이라기보다 ‘돌출행동’의 성격이 짙다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이와 관련해 반노파들은 일단 내주부터 노 후보 선(先) 사퇴를 강력히 요구하면서 당내투쟁을 강화함으로써 명분을 축적해 나간다는 복안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함께 이 의원은 정몽준(鄭夢準) 박근혜(朴槿惠) 의원과 이한동(李漢東) 전 총리, 자민련 민국당 등과 폭넓게 접촉하면서 신당창당을 위한 정지작업을 병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정 의원이 16일 각 정파의 참여를 통한 ‘원내 교섭단체 구성’을 전제로 신당창당을 제안하고 나선 것도 반노파 의원들의 세규합을 위한 동인(動因)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이 의원은 독자적인 신당창당의 윤곽이 드러나면 자파 의원들과 탈당을 결행한 뒤 당내 중도파들까지 독자신당에 합류시킨다는 청사진을 갖고 움직이고 있다는 것이 민주당 인사들의 관측이다.

▼중도: 黨분열-정몽준 신당추진에 곤혹▼

중도파는 기본적으로 거대신당을 추진해야 한다는 입장이나 반노 진영의 이탈 움직임과 정 의원의 ‘독자신당’ 추진 방침으로 거대신당의 현실성이 떨어지면서 어정쩡한 입장에 빠지게 됐다.

때문에 박상천(朴相千) 최고위원 등은 당내는 물론 당 바깥의 ‘제3 후보군’을 포함한 대선후보군의 대리인들이 한자리에 모여 신당의 대선후보경선 방식을 먼저 결정한 뒤 합의와 동시에 신당창당에 돌입하자는 파격적인 구상이 필요하다는 주장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정 의원의 ‘독자신당’ 결성 움직임이 가시화하면서 중도파의 심리적 압박은 점점 더 커지고 있다. 따라서 민주당이 중심이 된 신당창당 작업이 지지부진하고, 상대적으로 정 의원 중심의 신당이 급물살을 탈 경우 중도파 내부도 잔류냐 이탈이냐를 놓고 양분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실정이다. 특히 중도파 내에서도 노무현(盧武鉉) 후보에게 우호적이지 않은 비노(非盧)측이 반노측에 합류해 탈당러시에 가담하는 최악의 상황을 맞을 가능성도 적지 않다.

▼親盧: 일전불사 태세… 일부선 고립 우려▼

친노파는 노 후보를 중심으로 이미 반노파와의 일전불사를 준비 중이다. 16일 연석회의에서도 친노파 의원들은 안 의원의 탈당에 대해 “갈 테면 가라”는 냉소적인 반응을 보였다. 노 후보 자신도 이날 안 의원의 탈당 소식을 전해 듣고 “살 빼지 않고 체질 개선하는 방법이 있느냐”며 반노파들의 탈당을 만류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러나 친노파의 고민도 적지 않다. 최근 중도파 내 비노 인사들의 동요도 일부 감지되고 있는 만큼 강경일변도로만 치달을 경우 노 후보 측근들만 남는 ‘고립구도’가 생길 수도 있기 때문이다.

윤영찬기자 yyc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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