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 커넥션]주먹-용역-건설사 '삼각共生'

  • 입력 2002년 8월 12일 18시 36분


공사비 1조5000억원의 국내 최대 규모 재건축단지인 서울 송파구 가락동 가락시영 1, 2차 아파트(6600가구) 동대표 대표자 회장 김정균(金貞均·51)씨는 6월29일 오전 10시경 아파트 단지 내 관리사무실에서 괴청년 30여명에게서 집단 폭행을 당했다.

김씨는 갈비뼈 4대가 부러지고 실명 위기에 처하는 등 전치 8주의 중상을 입었고 현장에 있었던 김씨의 측근 채형기(菜亨基·39)씨도 전치 5주의 중상을 입었다.

경찰 조사 결과 폭행에 가담한 괴청년들은 건설회사인 S사와 H사, 다른 H사로 구성된 컨소시엄과 용역계약을 하고 있는 철거용역업체 유피㈜가 동원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 관계자는 “폭행에 가담한 사람들은 ‘김씨가 3개 컨소시엄 건설사가 아파트 단지에 내건 현수막을 떼라고 지시했기 때문에 이를 항의하는 과정에서 우발적으로 일어난 사건’이라고 진술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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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김씨와 다른 관계자들은 “3개 건설사가 후원한 조합 창립총회(7월13일)에 3개 건설사 등에 비우호적인 김씨가 참석하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 폭력배를 동원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사건을 담당한 서울 수서경찰서는 당시 폭력에 30여명이 동원됐지만 3명을 구속하고 2명을 불구속 입건, 2명을 수배하는 선에서 사건을 마무리했다. 특히 폭력에 가담한 사람들을 동원한 혐의를 받고 있는 유피 사장 이모씨(45)를 불구속 입건했으며 사건을 사주한 의혹을 받고 있는 건설사에 대해서는 별다른 수사도 하지 않았다.

특히 수사 과정에 불만을 표시한 담당 형사가 별다른 이유 없이 다른 부서로 전보조치돼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

경찰이 압수한 유피의 경리 장부에는 유피가 사건 당일 재건축 공동 수주 작업을 벌이고 있는 3개사에서 총회 용역비 명목으로 모두 2억9040만원을 받은 것으로 기록돼 있다.

재건축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면서 건설사에서 뒷돈을 받고 각종 불법 행위를 저지르는 것은 물론 청부폭력까지 자행하는 ‘재건축 조직폭력배’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이들 폭력조직은 명목상 철거용역업체나 컨설팅사로 등록해 건설사와 용역계약을 하는 경우가 많고 기업과 유착된 조합 설립과 조합장 선출, 주민총회를 통한 시공사 선정에 이르는 전 과정에 개입하고 있다.

본보 취재팀의 확인 결과, 이들은 거래 관계에 있는 건설사가 시공사로 선정될 수 있도록 △주민들에 대한 금품 제공 △경쟁사 인사에 대한 폭력 행사 △경쟁사가 주최하는 각종 행사 무산 등 불법 행위를 대행하는 ‘해결사’ 역할을 하고 있다.

이 대가로 이들은 해당 건설사가 시공사로 선정되면 3000가구를 기준으로 200억∼250억원 정도인 철거공사를 수의계약으로 따낸다.

건설사와 연계된 철거용역회사 등은 현재 전국적으로 20여개에 이르며 목포파, 신안파, 광주파와 전주 오거리파 등 폭력조직이 장악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재건축시장이 커지면서 서울을 중심으로 새마을파 하마파 뽕아파 등 신규 세력도 새로 가담하고 있다.

재건축시장 관계자는 “건설회사들이 직접 할 수 없는 불법 행위를 조폭과 연계된 철거용역회사 등에 직간접적으로 맡기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라며 “건설사와 조폭의 연계는 나중에 시공사 횡포와 입주자 부담으로 이어진다”고 말했다.


이 훈기자 dreamland@donga.com

박민혁기자 mhpark@donga.com

손효림기자 arys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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