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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2년 8월 7일 19시 0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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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후보는 특히 민주당 한화갑(韓和甲) 대표가 이 후보의 부인 한인옥(韓仁玉) 여사의 병역비리 연루설을 거론한 데 대해서 “정말 분노를 느낀다. 인격 살인까지 하려는 것 같다”는 극한적 표현으로 속내를 드러낸 뒤 “공작정치를 일삼는 정상배 집단이 발을 붙이지 못하도록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아들 병역문제에 대해선 “두 아들을 군대에 보내지 못한 데 대해 5년 전이나 지금이나 국민에게 항상 죄송한 마음을 갖고 있다”며 “이 문제로 저는 지난 대선에서 쓴잔을 마시기도 했다”고 거듭 사과했다.
그러나 그동안 아무런 물증이 나타나지 않았는데도 또다시 병역문제가 불거진 것은 여권의 정치공작에 의한 것이라고 규정했다.
이 후보는 또 자신에 대한 엄격한 검증의 필요성은 인정하되 공정성을 강조했다. 병역비리 수사를 맡은 박영관(朴榮琯) 서울지검 특수1부장의 교체를 거듭 요구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박 부장과 이번 병역문제를 촉발시킨 김대업(金大業)씨와의 커넥션 의혹이 해소되지 않고선 공정한 검찰 수사를 기대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다음은 일문일답 요지.
-공정 수사를 위해 특검제를 수용할 용의는….
“이 사건은 지난 5년간 현 정권이 샅샅이 뒤지며 모든 것을 조사해왔으나 아무것도 없자 엉뚱하게 믿을 수 없는 사람을 내세워 문제를 만들어 낸 것이다. 따라서 특검제는 정상적이지 않다. 이미 검찰도 스스로 충분한 자료를 만들었을 것이며 진실을 밝히는 데 1주일도 안 걸릴 것이다.”
-다른 가족이 (병역비리에) 개입한 것을 모를 수 있지 않나.
“가족이나 친척 중 병역 관련 부정비리에 연루된 사람은 없다.”
-검찰 수사에 적극 협조하겠다면, 후보나 가족이 출두할 뜻이 있나.
“야당후보 음해공작이 아니라면 나까지 올 것도 없다. 공정한 수사라면 적극 협조하겠다.”
-그동안 정치권 문제는 결론 없이 공방으로 끝나지 않았나.
“진실은 하나이며 하늘 아래 진실을 아는 사람은 나밖에 없다. 내가 거짓말했다면 대통령후보 자리에 서있지도 않고 더 이상 머무르지도 않을 것이다. 하나의 진실을 밝히는 데 왜 시간이 걸리나. 민주당은 병역 문제를 장기화해 대선까지 끌고 가려 할 것이다. 진실이 밝혀지도록 국민이 압박을 가해달라.”
-박영관 서울지검 특수1부장이 바뀌지 않은 채 수사가 시작됐다. 수사결과를 받아들일 것인가.
“이미 유죄 확정을 받은 김대업을 8개월간 민간복을 입혀 수사관처럼 가장해 병역비리 조사관 노릇을 시켰다. 이번 사건은 그 자의 입을 통해 나온 고발 건으로 인해 사법사건으로 비화된 것이다. 죄수를 조사관처럼 가장시켜 심문하고 본인이 말도 안한 걸 한 것처럼 고발하게 한 검찰의 수사관을 어떻게 믿나. 이런 수사관을 그대로 두는 수사는 공정하다고 볼 수 없다.”
정연욱기자 jyw11@donga.com
이종훈기자 taylor55@donga.com
▼"병역비리 없다" 자신감▼
“피를 토하는 심정이다.”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대통령후보는 최근 당직자들에게 자신의 심경을 이렇게 토로했다. 이 후보가 7일 기자회견에서 “병역 비리가 사실일 경우 정계에서 은퇴하겠다”며 초강수를 던진 것은 무엇보다 ‘신병풍(兵風)’에 대한 이 후보 본인의 ‘강경 의지’가 작용했기 때문이라는 것이 당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당초 이 후보 측근들은 이 후보가 병역 공방에 직접 개입하는 것을 반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후보가 흠집을 입을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던 것. 그러나 이 후보는 이날 기자회견을 강행함으로써 상황을 정면돌파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이 후보가 이처럼 직접 나서서 강공을 주도하는 배경에는 자신을 겨냥한 민주당 공세의 파장이 심상치 않다는 인식이 깔려 있다.
병풍 논란 등을 방치할 경우 당장 8·8 재·보선은 물론 12월 대통령선거까지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징후가 있다고 판단한 것.
권철현(權哲賢) 후보비서실장은 “민주당의 주장은 명백한 허위사실이지만, 무대응으로 일관하면 국민은 이를 기정사실화하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서청원(徐淸源) 대표가 6일 기자들과 만나 “의정 부사관 출신 김대업(金大業)을 동원한 병역공세와 이른바 5대의혹 논란이 8·8 재·보선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고, 일부 지역에선 심각하다”고 토로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번 병풍 논란의 이면에는 민주당의 신당 창당 추진, 남북화해 분위기 확산에 따른 ‘신북풍(北風) 가능성’ 등과 연결된 거대한 ‘정권연장 프로그램’이 있다는 ‘의심’도 이 후보를 강경으로 내모는 요인이다.
이 후보로서는 8·8 재·보선 후 민주당의 신당 창당 논의가 현실화하고 북한의 9월 부산아시아경기 참가 등 남북관계 개선이 본격화하기 이전에 견제구를 던져 놓아야 향후 정국의 주도권을 유지할 수 있다는 판단을 했음직하다.
이 후보가 강경대응 결심을 굳힌 데는 병역문제에 하자가 없다는 자신감도 깔려있다.
이 후보는 참모들이 ‘만일의 사태’에 대비, 장남 병역면제의 진상을 알려줄 것을 요청한 데 대해 “집사람(한인옥·韓仁玉 여사)한테도 몇 번이나 확인했다. 아무 문제 없다. 자신 있게 대처하라”고 말했다는 후문이다.
정연욱기자 jyw1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