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북한군과 유엔군사령부의 장성급회담이 열린 직후 브리핑이 열린 국방부 기자실. 기자들의 질문 공세에 이정석(李廷奭·준장) 합참 군사정보차장은 “회담이 매우 부드러운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그는 “구체적인 내용은 앞으로의 회담을 고려해 공개할 수 없다”며 “유엔사측의 회담 제의에 북측이 응했다는 것에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서해교전 사과문제가 나오자 이 차장은 다소 굳은 표정으로 “북측의 사과는 없었다”고 답변했다. 기자들이 “유감 표명도 없었느냐”고 재차 묻자 그는 “그렇다”고 말끝을 흐렸다. 물론 이 차장의 말대로 20개월 만에 장성급회담이 다시 열린 것은 의미가 크다. 하지만 불과 이틀 전에 제7차 장관급회담 실무접촉을 마치고 돌아온 이봉조(李鳳朝) 남측 대표의 말을 되새겨보면 뭔가 석연치 않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이 대표는 당시 “서해교전은 정전협정 위반인 만큼 (사과, 재발방지책 마련, 책임자 처벌문제는) 곧 열릴 장성급회담에서 다뤄지는 게 올바른 접근법이다. 장성급회담에서 본격적으로 논의될 것이다”고 말했다. 실무접촉 후의 남북 공동보도문에 서해교전 문제가 빠져 있어 ‘정부가 어물쩍 넘어가려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올 때였다. 그러나 이 대표의 예상은 빗나갔다. 장성급회담에서 서해교전 문제가 심도 있게 논의된 흔적은 별로 발견할 수 없었다. 국방부 고위관계자는 “군사신뢰구축과 무력충돌 방지에 공동 노력키로 한 것은 큰 성과”라는 말만 강조했다. 더구나 회담 다음날인 7일 북한방송들은 “회담에서 서해에 명백한 해상경계선을 합의 설정하는 것에 대해 협의됐다”며 북방한계선(NLL)의 철폐 논의가 회담의 주요 의제였던 것처럼 보도했다. 국방부가 최근의 화해 무드에 들떠 ‘김칫국부터 마신다’는 지적이 제기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군 수뇌부는 잘 나갈 때일수록 회담 성과를 냉철히 분석하고 만일의 경우에 대비해야 한다는 군 안팎의 지적에 귀를 기울였으면 한다. 후회했을 때는 이미 늦다. 윤상호기자 정치부 ysh100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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