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책]“난 동생 갖고싶은 아홉살…” ´꼭 한가지 소원´

  • 입력 2002년 8월 2일 18시 08분


◇꼭 한가지 소원/황선미 글 이형진 그림/104쪽 7800원 낮은산(초등 3∼6학년)

‘아홉 살’이란 나이! 자신이 원하는 걸 가지기 위해서는 무작정 조르기만 하면 되는 유아기와 세상과 자신을 끊임없이 저울질하면서 고민하는 사춘기에 끼인 나이가 아홉 살이다. 비로소 객관적으로 세상을 보게 되지만, 아직 유아기적 팬터지도 지니고 있는 나이. 환상과 현실을 한꺼번에 생생하게 경험할 수 있는 나이다.

이 책은 그런 아홉 살의 일상에 대한 이야기다. 일상에서 수없이 경험하는 어리광과 의젓함의 갈등이 재미있다. 주인공은 ‘우리 아가’라고 부르는 엄마를 향해 ‘난 아가 아냐’라고 말하지만, 엄마가 눈길을 주지 않는 것에 대해서는 꺽꺽 울음이 터져나올 만큼 서럽다. 옆집 아이 재모와 숲에서 길을 잃었을 때 의젓이 재모를 업고 길을 찾지만, 자꾸만 눈물이 나는 건 어쩔 수 없는 그 나이의 어리광이다.

동생을 가지고 싶지만 옆집 아이 재모처럼 징징대고 칭얼거리는 동생은 싫다. 내 동생은 작고 예쁘고 징징대지 않는 아이여야 한다. 동생을 가지고 싶다는 것은 정말 꼭 이루고 싶은 소원이었다. 그것이 충족되지 않아 끊임없이 뭔가 키워보고 싶어하지만, 그의 바램은 엄마에게 번번히 차단 당한다. 그러는 사이 아이에게도 ‘잠깐만 동생이 있었던 일’이 몇번 일어나지만 병약한 엄마는 유산을 거듭한다. 그렇게 봄, 여름, 가을, 겨울이 지나가면서 아이는 조금씩 의젓하게 자란다. ‘동생 같은 건 없어도 괜찮아. 엄마만 아프지 않으면 돼’라고 하면서.

이 책은 어떤 이야기를 전한다기 보다 한 아이의 생활을 담담히 그리고 있다. 아침에 일어나는 이야기, 엄마와 나눈 말과 표정, 옆집 아줌마, 눈오는 어느 하루. 특별한 사건은 없지만 사람의 삶은 이런 소소한 일상이 엮어져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닐까. 그런 일상을 전하는데 그림도 큰 몫을 거든다. 지금까지 다른 책에서 봐 왔던 삽화가 이야기 내용을 그린 것이었다면, 이 책은 그림으로도 읽는 이에게 말을 걸어온다. 눈오는 날 웃옷을 입히려 아이의 뒤를 뛰어가는 엄마, 꽃잎이 떨어지는 목련나무 밑에 서 있는 가족, 실개천에서 잡힌 물고기 한 마리, 벽에 금을 그어 키를 재는 아이. 이런 그림을 보고 있으면 글로 쓰여지지 않은 아이의 일상이 더 소중히 잡힌다.

이 책을 읽으면 아가이고 싶기도 하고, 아가이고 싶지 않기도 한, 한 아이가 보인다. 그리고 그 아이는 이렇게 말한다. “나도 엄마 사랑해. 그래도 난 아가 아냐” 그렇게 아이들은 커간다.

김혜원 주부·서울 강남구 일원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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