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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2년 7월 28일 17시 4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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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시즌에 비해 올 시즌에 잘 나가는 특별한 이유라도 있는지
“운이 따라줬다고 생각한다. 선수들이 그만한 준비가 된 것도 사실이지만…. 하지만 아직은 목표로 했던 전력의 70%밖에는 올라오지 않았다. 벌써 우승을 거론하는 것은 이르다. 내년 시즌에는 훨씬 더 강한 팀이 될 것이다”
-초반에 실점한 경기가 많았는데
“선수들에게 처음부터 공격적인 축구를 주문한다. 끌려다녀서는 경기의 주도권을 잡을 수 없다. 경기 초반 수비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점은 인정한다. 미드필드가 보강되는 내년이면 고쳐질 수 있을 것이다.”
-초반의 실점을 만회하는 전북의 ‘뒷심’은 어디에서 나오나
“물론 체력이다. 월드컵 기간동안 순천에서 전지 훈련을 했다. 주로 체력 훈련에 중점을 뒀다. 선수들이 매일 오후 산을 타는 훈련으로 체력을 키웠다. 상대팀의 체력이 떨어지는 후반에 강점이 있다.”
-체력으로 밀어붙이기에는 혹서기 경기가 부담이 될텐데
“한 여름에 매주 2경기를 치르는 요즘 같은 상황에서는 선수층이 두텁지 않으면 안된다. 현재 전북은 2개팀 정도는 가동할 수 있는 수준이다. 목표는 3년안에 3개팀을 만드는 것이다.”
-3개팀이라면
“베스트 멤버로 뛰는 1개팀과 주전 선수가 사정이 생겨 빠졌을 때 언제라도 그 자리를 메울 수 있는 선수로 구성된 1개팀, 또 2,3년안에 주전으로 도약할 수 있는 어린 선수들로 구성된 1개팀이 있다면 이상적인 프로 구단이 될 것이다.”
-간판 스타 김도훈을 2군으로 내려보낸 적이 있는데
“준비가 안된 선수는 경기에서 뛸 수 없다는 것이 지론이다. 스타라고 해서 예외는 없다. 다행히 김도훈 선수는 곧 의욕을 보였다. 자존심이 상했을만도 한데 성실한 자세를 보였다.”
-이름보다는 실력인가.
“실력이 우선이다. 처음 전북을 맡았을 때 선수단에는 ‘내가 아니면 안된다’는 의식이 지배적이었다. 저마다 스타 의식에 사로잡혀 있었다. 몸이 좋지 않아도 이름만 가지고 경기에 출전하는 선수들이 많았다. 비싼 값을 치르고 데려온 외국인 선수라도 실력이 밀리면 뛰지 못하는 것은 마찬가지다. 브라질 국가대표 출신인 레오마르가 신인 박동혁에게 밀린 것도 박동혁의 실력을 믿기 때문이다. 그러나 박동혁도 안심할 수는 없을 것이다.” -선수단에 특별히 주문하는 점이 있는가
“자신보다 동료와 팀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동료와 팀을 위하는 선수에게 우선적으로 출전할 수 있는 기회를 줬다. 축구는 혼자 하는 경기가 아니다.”
-전술 훈련은 어떤 식으로 하나
“자체 연습 경기를 통해 선수들에게 전술 훈련을 주지시키고 있다. 특별히 고집하는 전술은 없다. 상황에 따라 바뀌는 것이 축구의 전술이다. 그러기 위해서 선수는 하나의 포지션만 소화할 수 있어서는 안된다. 수비를 못하는 스트라이커는 반쪽 선수다. 반대로 수비수라도 기회가 오면 공격을 할 수 있어야 한다. 연습 경기에서는 스트라이커가 미드필더나 윙백으로, 수비수가 최전방 공격수로 뛰게한다. 장점을 키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단점을 보완하는 것도 중요하다.”
-외국인 선수들의 경우도 마찬가지인가.
“그렇다. 그러나 외국인 선수들은 나름대로 실력을 검증 받은 선수들이다. 또 훈련을 해온 환경이 다르다. 때문에 훈련 내용에 대해서 특별히 간섭하기 보다는 스스로 알아서 훈련할 수 있도록 배려한다. 본인이 원하지 않으면 팀 훈련에 나오지 않아도 좋다. 다만 경기에서 실력을 보여주지 못할 경우는 가차없이 뺀다.”
-특별한 선수관리 방법이 있다면
“프로라면 스스로 알아서 할 수 있어야 된다고 생각한다. 감독은 훈련장에서 도움을 줄 뿐이다. 선수들이 개성을 살려 멋을 부리는 것을 적극적으로 찬성하는 이유도 프로라면 관중에게 즐거움을 주어야 한다는 생각 때문이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프로는 경기로 말해야 한다. 스스로의 노력이 우선이다.”
주성원기자 swon@donga.com
▼조딩크 감독 ?…체력 강조-경쟁 유발등 히딩크와 닮은 꼴
‘조딩크 감독?’
요즘 조윤환 감독은 간혹 ‘조딩크’라는 말을 듣는다. 월드컵 4강 신화를 만들어낸 거스 히딩크 감독을 빗댄 별명이다. 조윤환 감독의 선수 관리는 히딩크 감독을 많이 닮았다.
우선, 선수들에게 ‘멀티 플레이어’가 될 것을 강조한다. 멀티 플레이를 할 수 있는 선수를 중용한다. 전경준은 오른쪽 윙백이면서 플레이메이커의 역할까지를 해야하고, 신인 박동혁은 수비형 미드필더와 중앙 수비수를 오간다. 에드밀손은 최전방에서 미드필더까지 폭넓게 활동하는 선수다.
한 포지션에 두 명이상의 선수를 ‘출전 후보’로 만들어 선수들의 경쟁을 부추기는 것도 영락없는 ‘히딩크 식’이다.
이름보다는 기량과 선수로서의 자세를 강조하는 것도 조윤환 감독과 히딩크 감독의 공통점. 간판스타 김도훈이 2군에 내려간 것은 하나의 예일 뿐이다. 브라질 국가대표 출신인 수비형 미드필더 레오마르는 벤치를 지키고 있고, 전 국가대표 서동원도 2군에서 올라오지 못하고 있다.
체력을 강조하는 훈련 방법이나 당장의 결과에 신경쓰기 보다는 팀의 체질 개선에 더 관심을 가지고 있는 모습 등도 히딩크 감독과 닮았다. 조윤환 감독은 “내년쯤 돼야 팀이 제대로 될 것”이라며 정규리그 초반 보여준 전북의 ‘돌풍’에는 아랑곳하지 않는다는 표정이다.
히딩크 감독과 닮았다는 말에 정작 조윤환 감독 자신은 손사래를 친다. 조윤환 감독은 “부천 SK 코치 시절 니폼니시 감독에게 배운 선진 축구의 흐름을 따라가는 것일 뿐이며, 히딩크 감독 역시 같은 맥락에서 선수들을 지도해 비슷하게 보이는 것”이라고 말했다.
주성원기자 s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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