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추칼럼]2002 일본 올스타전을 바라보며…

  • 입력 2002년 7월 18일 15시 15분


지난 12일과 13일, 토쿄와 마츠야마에서는 2002년 일본 프로야구 올스타전이 개최되었다. 특히 프로팀 연고가 없는 마츠야마는 올스타전 개최를 위해 그동안 시장을 중심으로 많은 준비를 해왔다. 올스타전 결과는 이미 알려진 바와 같이 토쿄에서의 1차전은 센트럴리그 대표팀이, 마츠야마에서의 2차전은 퍼시픽리그 대표팀이 승리했다. 통산성적은 퍼시픽리그의 우세.

필자는 토쿄돔에서 열린 1차전을 관람하였는데 역시 ‘진지한 한판’이라기 보다는 ‘행사’인 만큼 경기 내용에 관계없이 상당히 밝은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다. 오후 6시30분 경기였음에도 불구하고 정오부터 많은 팬이 경기장 주변에 몰려들었으며 경기 개시 3시간 전에 드디어 입장이 허용, 외야 스탠드를 중심으로 12개 구단 팬들이 화끈한 응원전을 개시했다. 숫적으로 우세한 요미우리 팬들은 아예 외야에 한쪽 자리를 점령하고는 일사분란한 응원을 펼쳤는데 특히 타카하시(高橋), 마츠이(松井), 키요하라(淸原) 등 자이언츠 선수가 나올 때 그 함성이 더욱 켜졌다. 파란색 의상으로 자신들의 존재를 알린 주니치 팬들 역시 다양한 음향시설(?)로 응원을 주도하며 타츠나미(立浪)와 후쿠도메(福留) 등을 응원했다. 퍼시픽리그 팬들 역시 뒤지지 않고 요란한 응원을 계속했다.

경기 시작 전에는 화려한 율동과 함께 홈런 더비도 펼쳐졌는데 이는 센트럴리그의 완승이었다. 퍼시픽리그 대표 중 마츠이(松井)와 오가사와라(小笠原)는 단 한 개도 담장너머로 보내지 못하며 체면을 구겼으나 센트럴리그의 아라이(新井)와 마츠이(松井)는 각각 3개씩 넘기는 파워를 과시했다. 특히 마츠이(松井)의 마지막 타구는 토쿄돔에서도 가장 먼 쪽으로 날라가는 초대형 홈런이었다. 이윽고 경기 개시!

마츠자카(松坂)의 부상으로 이가와(井川, 고졸 5년차)-마츠자카(松坂, 고졸 4년차)의 빅뱅이 성사되지 않은 것은 다소 아쉬웠다. 경기는 마츠자카(松坂) 대신 퍼시픽리그 선발로 출장한 미츠이(三井)의 호투와 이가와(井川)의 3회말 연속안타로 인한 1실점으로 퍼시픽리그의 1:0 리드로 진행되었다. 하지만 센트럴리그는 실점이후 곧바로 타카하시(高橋)의 3루타와 마츠이(松井)의 희생타로 간단히 동점을 이뤄냈다. ‘거인의 힘’을 보여주는 순간이었다. 이후의 팽팽한 흐름은 7회초 외야에 성조기가 나부끼는 순간 작렬한 조지 아리아스(George Arias)의 140미터짜리 대형홈런으로 인해 깨졌다. 8회초에는 카타오카(片岡)의 굳히기 투런 홈런이 터지며 점수차는 더욱 벌어졌다. 경기 후반에 결코 포기하지 않는 – Never Never Never Surrender – ‘한신의 힘’을 보여준 것이었다. 순전히 한신 팬들의 열화와 같은 성원 하나로 올스타에 선발된 카타오카(片岡)가 그나마 체면을 세울 수 있는 순간이기도 했다.

이날 투구의 백미는 단연 8회말. 야쿠르트의 ‘로켓보이’ 이가라시(五十嵐)가 최고구속 155km의 투구로 마츠이(松井)와 오가사와라(小笠原)를 삼진으로 돌려세운 장면이었다. 토쿄돔을 가득 메운 팬들은 이가라시(五十嵐)의 손에서 공이 떠날 때마다 전광판의 스피드를 지켜볼 뿐이었다. 155km의 구속은 1996년 롯데 소속이었던 이라부(伊良部)가 기록한 156km에 이은 사상 두번째 스피드. 오릭스의 야마구치(山口) 역시 최고 152km의 공을 뿌려댔지만 이가라시(五十嵐)에 가려졌다. 게다가 패전투수로 기록. 카와하라(河原)의 마무리로 경기는 종료되었으며 센트럴리그의 4-1 승리.

최우수선수(MVP)에는 역전 홈런을 터뜨린 아리아스(Arias)가, 우수선수에는 투런 홈런을 날린 카타오카(片岡)와 승리투수인 무어(Moore), 호투한 미츠이(三井)와 미우라(三浦)가 선정되었다. 패전투수는 이미 언급한대로 오릭스의 야마구치(山口)로 기록되었다. 이날 또한 다이에의 아키야마(秋山)가 18년 연속으로 올스타전에 출장하는 위업을 이뤘으며 카타오카(片岡)는 양리그에서 올스타전에 출장한 53번째 선수가 되었다. 올해 일본 프로야구의 핵심 키워드인 한신은 무려 10년만에 7명의 올스타를 배출했는데 이에 보답하듯 MVP와 우수선수, 승리투수 등을 배출해냈다.

한국의 경우를 보나 메이저리그를 보나 올스타전에서의 타자들은 성급한 공격으로 일관하기 마련. 따라서 경기 내용은 저하될 수 밖에 없다. 이날도 경기내용보다는 경기 외적인 부분, 특히 응원이 눈에 띄었는데 55번이 크게 쓰여진 종이를 들고 있던 요미우리 팬, 마에다(前田)의 유니폼을 입고 있던 히로시마 소녀팬, 파란 가운을 걸치며 열심히 트럼펫을 연주하던 드래곤즈 龍心會 회원이 한목소리로 ‘이마오카(今岡)’를 외치는 장면이나 나카무라(中村)가 타석에 들어섰을 때 퍼시픽리그 6개 구단 팬 모두가 응원가를 합창하는 광경은 올스타전이 아니면 쉽게 볼 수 없는 것이었다.

올스타전 이전에 코시엔에서 열린 한신와 주니치의 경기까지 관람한 소감을 종합해 보면 일본 프로야구는 월드컵이라는 강풍에도 불구하고 전혀 ‘이상없음’이었다. 스탠드는 변함없이 가득 메워졌으며 TV와 신문 등 각종 매스컴 역시 예전과 같은 많은 부분을 프로야구에 할당하고 있었다. 그와는 상반되게 침체일로를 계속하던 한국 프로야구는 월드컵으로 인해 현재 완전히 마비된 상태다. 4개 구장에 입장하는 총 관객은 예년의 빅게임에 입장하던 관객 수에도 미달할 정도다. 홈런킹 경쟁, 정민철 이상훈 복귀, 백인천 롯데 감독 취임 등 스타마케팅이나 뉴스거리 제작을 위한 소스가 거의 무한대임에도 불구하고 ‘초 야구팬’이 아닌 다음에는 근래의 프로야구가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알기 힘든 요즘의 한국 프로야구다.

부활을 노리는 각 팀들의 눈물겨운 움직임은 가상하지만 빈볼의 난무, 외국인선수 관리소홀, 오심 논란 등이 빚어지는 상황 등을 놓고 볼 때 발길을 돌리는 ‘왕년의 야구팬’들을 나무라야만 하는 것일까. 20년째의 한국 프로야구, 다시 한번 화려한 중흥을 기대한다.

자료제공: 후추닷컴

http://www.hooc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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