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추칼럼]2002시즌 전반기 예상 밖의 선수들

  • 입력 2002년 7월 18일 15시 14분


2002 시즌 KBO에서 예상밖의 호성적을 남긴 선수들로 짜여진 올스타팀을 구성해본다. 매시즌 평년작 만으로도 MVP급 성적을 뿜어냈던 ‘원래’ 잘하는 선수들은 명단에서 탈락시키자. 기자들을 몰고 다니며, 절정의 공격 퍼포먼스를 뿜어내는 장성호같은 스타들이 아닌 우리들의 예상을 깨고 그야말로 무(無)에서 유(有)를 창조한 ‘깜짝시즌’ 을 보내고 있는 선수들이 바로 오늘의 주인공이다.

1루수-SK 이호준(.297/.365/.506)

간만에 보는 서용빈의 3할은 무척이나 반갑다. 어쩌면 이숭용은 '원래' 잘하는 선수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누구보다도 1루수 중에서는 SK의 이호준이 단연 인상적이다. 5월말까지 그는 .349의 타율로 타격부문 2위를 달리며 생애 최고의 해를 보내고 있었다. 타점(30) 최다안타(51) 장타율(0.623)은 나란히 6위, 홈런(10)과 출루율(0.406)은 7위로 거의 타격 전부문에서 10걸에 올라있었다. 6월이후 모든 공격지표가 하락 일변도로 돌변했지만, 그의 건강한 몸은 팀에 보탬이되기 충분하다. 지난 두시즌 평균 71경기 나왔던 그는 올해 전반기에만 73경기에 출장했다.

2루수-기아 김종국(.289/.367/.405)

지난해와 비슷한 타율과 출루율, 그리고 조금 더 세진 힘(slg .377->.405)을 보인 그의 방망이는 전반기 304타수만에 작년 풀시즌의 361타수와 대동소이한 누적기록을 만들었다. 관찰타수를 늘려도 확률기록이 아래로 요동치지 않고 누적기록을 늘리는 꾸준함과 신뢰를 심어준 김종국의 전반기는 강한 임펙트를 연출하며,결국 그를 전국구 스타로 발돋움시켰다. .879의 도루성공율은 경이적인 숫자.

유격수-두산 김호(.255/.286/.394)

잘치고, 잘잡고, 잘던지던 리그 유격수들은 그들의 능력중 적어도 '한가지' 이상을 잃어버렸다. 브리또와 박진만 김민재는 당연히 잘해야겠지만, 현재 그들은 자신들의 기대치에 너무도 못미치고 있다. 올스타 홍세완이 지난해보다 나아진 점이 있었다면 이 대목에서 그를 꼽을 수도 있다. 그러나 올시즌 그는 별로 좋아진게 없다. 김민호는 기대대로 .126의 타율을 찍어줬고, 한화의 허준 역시 .197를 기록했다. 꾸준히 나온 권용관이 있지만, 그의 볼넷에 13을 곱하면 그가 당한 삼진수가 나온다. 100타석 이상을 소화한 선수중 김태균(.202/.278/.333)에게 김호 이상의 생산력을 기대하기 어렵다면 4,5월 두산의 유격수가 대안이 될수 있을 것이다. .255/.286/.394 실책 4개. 그는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다. 그리고 본인 역시 최선을 다해서 뽑았다.

3루수-LG 이종열(.303/.383/.490)

A 155타수 .303 이종열

B 175타수 .329 정성훈

비슷한 타율을 지닌 타자들의 득점공헌도를 도출하고 어느한쪽의 손을 들어주고 싶을 때 OPS가 지겹다면 Bill James' Secondary Average(SECA)를 참조해도 괜찮을 듯 싶다. SECA = (2B+2*3B+3*HR+BB+SB-CS)/AB

올시즌 이종열(SECA .309)은 정성훈(.268) 보다 ‘더’ 잘했다. 정성훈은 지난해 이미 .280을 때려냈지만, 그것은 단지 49경기 161타수에서 나온 것이다. 그러나 그에게 30경기 52타수의 배팅찬스가 더 있었다 한들, 타율을 .225로 끌어내리기는 어렵다. 작년의 .225 타자 이종열은 정성훈보다 ‘훨씬’ 팀에 도움이 안됐다.

포수-두산 홍성흔(.302/.358/.440)

지난해 미러클 두산호를 타고 골든글러브에 무임승차한 홍성흔의 올시즌은 KBO 역사상 5번째 포수 3할 타율에 근접해 있다. 지난해까지 그는 볼넷이 삼진보다 2배 많은 타자였고, 그의 통산 타율은 .272에 불과했지만, 올시즌 그의 선구안지수 0.75는 .302의 타율을 만들었다. 안타 한 개당 생산성을 보여주는 척도가 되는 루타/안타(1.40->1.45), 타점/안타(0.40->0.56) 수치가 모두 긍정적으로 변했고 1년만에 OPS 105포인트가 상승한 올해의 전반기는 진정한 골든 글러버가 될 충분한 여지를 남겼다. 게다가 팀 방어율 1위팀의 포수가 수비를 아주 못할리는 없지 않은가?

지명타자-한화 강석천 (.308/.375/.462)

이자리에 마해영을 올릴수는 없다. 김기태의 장타율(.350)과 폴의 타율(.272)로 감독을 만족시킬수는 없다. 규정타석에 못 미치지만, 이광환 감독이 강석천에게 .837의 생산력을 기대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외야수

한화 이영우 (.370/.446/.627)

우리는 이미 이영우가 좋은 타자임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이정도는 아니었다. 53포인트와 117포인트가 모든 걸 말해준다. 내가 이제껏 가장 완벽한 1번의 전형이라 여겼던 이종범의 출루율과 장타율은 모두 이영우 아래 순위에 있었다.

두산 최경환 (.314/.361/.507)

두산에서 올해 3할이 가능한 타자들은? 음…김동주(.340), 심재학(.292), 안경현(.300), 장원진(.285), 홍성흔(.302).? 후반기가 오픈되고 8경기를 치루고 나면 규정타석에서 해방된 또 한명의 3할 가능타자가 추가된다. 최경환은 확실히 '폭발적인' 성적을 올리고 있다. “지난해 까지와는 비교할수 없다. 그때는 야구를 한게 아니었으니까…”최경환의 말이다.

SK 채종범 (.306/.389/.454)

이진영은 5월 83타수에서 8개의 아치를 쏘아올렸는데, 이것은 지난해 321타수에서 기록한 홈런수보다 1개 더 많은 것이다. 그러나 지난해보다 5푼 가까운 타율을 끌어올린 동료 외야수가 있다. 채종범의 타율(.306)과 안타, 득점, 출루율은 팀내 넘버원으로 자리했다. 그의 타율은 여전히 4월이 가장 높지만, 올해는 5월 이후에도 .290을 기록하며 균형을 맞췄다.

선발(왼손)-두산 레스(ERA 3.31 12승3패)

투수코치들은 주자가 없을 때 가능한 한 인터벌을 짧게 하라고 주문한다. 이는 타자가 생각할 틈을 주지 않고, 빠른 시간에 결단을 내려 실투의 가능성을 줄이기 위해서다. 포수에게 공을 되돌려받자 마자 곧바로 와인드업을 시작하는 거침없는 피칭은 게임을 타자의 호흡이 아닌 투수의 호흡으로 이끌어 나간다. 내가 아는 레스는 인터벌이 가장 빠른 투수중 한명이다. 그의 체인지 업은 그래서 더 위력이 있다.

선발(오른손)-SK 채병룡 (ERA 3.48 6승6패 4세이브)

시즌 개막 직전만 해도 그의 목표는 1군에서 살아남는 것이었다. 지난해 SK 입단후 뒤늦게 투수로 전향했고 올 시즌 단숨에 선발 한자리를 꿰찬뒤 SK 마운드의 기수로 떠올랐다. 4월 한달간 1승3패 방어율 4.65로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했지만, 5월이후 5승 3패로 신인왕 경쟁의 전면에 부상한 그는 올시즌 15차례의 선발등판 중 5회 이전에 무너진 경기가 3차례에 불과할 정도로 승패와 관계없이 책임감 있는 피칭을 선보였고, 마무리로 돌아선 7월에만 4세이브를 기록하며 이승호가 생각나지 않게 했다.

셋업

기아 이강철(ERA 3.36 5승1패1세이브 8홀드)-박충식(ERA 2.83 3승 8세이브 10홀드)

미들라인에서 회춘한 두명의 옆구리 투수들은 기아의 엽기적인 한점차 승률의(.821) 원동력이 됐다. 이강철

은 이닝수보다 많은 삼진을 솎아내며, 회당 1.17명의 주자만을 내보냈고, 박충식 역시 35이닝을 던지며 고작 4개의 볼넷을 허용하는 동안 23명의 타자를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두산 이재영(ERA 1.19 1승1패 2세이브 5홀드)

전반기 최고 신인을 꼽으라면 나는 전혀 주저하지 않겠다. 김진우는 8승을 올렸고 조용준은 규정이닝에서 단 5이닝이 모자란 2.21의 장외 방어율왕이다. 그러나 이재영은 1.19의 방어율을 찍고, 9이닝당 11개의 삼진을 낚았다. 무엇보다 믿기 힘든건 이재영의 피안타율 .144이다. 타자가 순수하게 때려낸 볼에 대한 피안타율-삼진을 제외한 타수에서 나온 피안타율-을 계산한다면 일반적으로 가장 위대한 역사속의 투수들마저도 3할 언저리의 피안타율을 기록한다. 당장 올해 다승왕 레스가 던진공이 배트에 맞아나간 피안타율은 3할1푼9리였고, 탈삼진 1위 박명환은 3할1푼을 기록중이다. 그러나 이 신인투수는 배트에 맞아나간 볼마저도 안타가 될 확률이 3할이 채 안된다. 95 히트중 22안타. 배트에 맞아 나간 볼에 대한 피안타율 .231. 그는 인간인가?

마무리-삼성 노장진(ERA 2.11 6승3패 10세이브 1홀드)

진필중은 43 2/3이닝-ERA 3.30을, 노장진은 68 1/3이닝을 소화하며 2.11의 방어율로 전반기를 마쳤다. 피안타율 진필중 .230 노장진 .209. 두산은 삼성보다 승수가 단 1개 더 많을 뿐이지만, 진필중은 노장진보다 10세이브를 더 올릴수 있었고, 반면 노장진은 두산의 클로저 보다 3승을 더 할수 있었다. ‘6회 선발’ 노장진이 남긴 숫자들이 없었다면, 삼성의 전반기는 최악의 수모를 당했을 것이다.

자료제공: 후추닷컴

http://www.hooc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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