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8월의 저편 75…아리랑(14)

  • 입력 2002년 7월 17일 18시 28분


“어디 이군이 불러 봐라”

걸리지 않으려고 고개를 숙이고 있던 우철은 풍금의 반주에 맞춰 ‘히로세 중령’을 불렀다.

“모두들 가락은 대충 알겠는가? 이번에는 모두 함께 불러보거라”

학생들은 목소리를 합하여 노래했다.

“이 노래에 나오는 장면을 알겠나? 히로세 다케오 중령은 일로 전쟁 당시 군신(軍神)으로 여겨졌던 분이시다. 여순항 밖에서 러시아 구축함의 어뢰와 자폭으로 히로세 중령이 지휘하는 배가 침몰하기 시작했다. 포성이란 대포 소리다, 쾅 하는 소리. 갑판이 뭔지 아나?”

선생은 의자에서 일어나 칠판에 배 그림을 그리고 갑판 부분에 동그라미를 쳤다.

“여기가 갑판이다. ‘거친 파도 일렁이는’이란 배가 침몰했기 때문에 갑판까지 바닷물이 넘쳤다는 뜻이고. 보트로 옮겨 타 도망쳐야 하는데, 부하인 스기노 손시치 상등(上等) 하사관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자 이런 광경을 떠올리면서 다시 한 번”

선생은 다시 의자에 앉아 전주를 치고, 학생들은 합창했다.

“이번에는 2절” 선생은 자기가 먼저 불러 들려주었다.

선내 구석구석 찾기를 세 번

불러도 대답없고, 찾아도 보이지 않고

배는 점차 파도 사이로 가라앉고,

적의 총탄은 마침내 사방으로 튀고.

“선내라고 한 것은 군함이 아니고 후쿠이마루라는 보통 배였기 때문이다. 배는 점차 파도 사이로 가라앉고, 적의 총탄은 마침내 사방으로 튀고…그런데도 히로세 중령은 스기노 상등 하사관을 필사적으로 찾았다. 다시 1절부터”

학생들은 1절과 2절을 불렀다.

“3절”

지금은 보트로 옮겨 탄 중령

아지던 총탄 단박에 사라지고,

한 깊은 여순 항

군신 히로세라 그 이름 남았으나

“처음부터 다시 한번”

학생들이 노래를 다 부르자 선생은 두 손으로 교탁을 짚고 학생들의 얼굴을 죽 훑어보았다.

“보트로 옮겨 탈 때, 머리에 총알이 명중하여 히로세 중령은 한 점 살을 남기고 바다로 떨어졌다. 우리들도 히로세 중령처럼 나라를 위하여, 천황 폐하를 위하여, 언제 어디서든 목숨을 바칠 각오를 해야 한다. 우리들의 목숨은 천황 페하에게서 빌린 것이니, 돌려 드릴 때가 오면 기꺼이 돌려드려야 한다. 다들 수신 시간에 교육에 관한 칙어를 봉독했겠지?”

유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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