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8월의 저편 70…아리랑(9)

  • 입력 2002년 7월 11일 18시 59분


“아주 잘 읽었다. 다른 학생들도 큰 소리로 몇 번 읽다 보면 이 군처럼 읽을 수 있게 될 것이다”

우철이 입술에 힘을 주고 앉는 것을 선생은 알아차리지 못했다.

“그밖에 읽을 수 있는 학생?”

“저요! 저요!” 학생들이 일제히 손을 들었다.

“저기, 백군”

“긴지로는 엄마의 마음을 헤아리고, ‘제가 여심히 일할 테니까, 동생을 디리고 오세요’라고 말했습니다. 엄마는 기뻐하며 그 날 밤 곧장 친척집에 가서, 맡겨돈 동생을 디리고 돌아와, 온 식구가 함께 모여 기뻐하였습니다. 효는 덕의 근본”

“동생을 데리고 오세요”

“동생을 디리고 오세요”

“디리고가 아니고, 데, 리!”

“디, 리”

“사시스세소, 다디드데도, 발음해 봐”

“사시스- 세소, 다디드디도”

“그만 됐다! 모두 같이”

백유용은 일그러진 표정으로 의자에 앉고, 학생들은 모두 수신서를 낭독하였다. 선생은 칠판 한 가운데 분필로 ‘효’란 글자를 쓰고, 손에 묻은 분필가루를 털면서 학생들 쪽으로 몸을 돌렸다.

“오늘은 효행에 대해서 공부할 텐데, 이 말의 뜻을 알겠냐?”

학생들은 일제히 손을 들었다.

“허군”

“부모를 소중하게 여기는 것입니다”

“그럼 허군은 어떤 효행을 했냐?”

“벼베기를 할 때, 낫이 잘 안 들어서, 아버지가 바꿔오라고 했습니다. 집으로 달려가 다른 낫을 가져왔습니다”

“그것 참 수고했다. 아버지는 뭐라고 하시다냐?”

“고맙다고 했습니다”

“그때, 기분이 어떻다냐?”

“기뻤습니다. 앞으로도 부모님 말씀 잘 듣겠다고 생각했습니다”

“허군 외에도 효행을 한 적이 있는 학생?”

선생은 창가 제일 앞자리에 앉아있는 김연수를 가리켰다.

“김군은 어떤 효행을 했는가 말해 보거라”

“엄마가 빙원에 가서 가게를 지켰습니다. 잔돈을 잘못 내주었습니다. 하지만, 엄마는 잘 했다고 했습니다”

“좋았겠구나. 아버지는 뭐라 하시다냐?”

“아버지는 2년 전에 돌아가셨습니다”

유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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