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편지]성병조/“노골적으로 돈 요구하는 유권자에 실망”

  • 입력 2002년 7월 11일 18시 44분


6·13 지방선거 때 고향인 경남 창녕에서 군의원에 출마했다가 낙선한 사람이다. 당선의 변뿐만 아니라 낙선의 변도 때로는 필요할 것 같아 지난 6개월을 되돌아보고 싶다. 선거가 가까워 오자 차츰 유혹의 손짓들은 나를 혼돈과 갈등의 세계로 끌어당기고 있었다. 지금까지 존경의 대상으로 여겼던 어르신들의 치부가 조금씩 드러나기 시작했다. 시골에서 치러진 각종 선거를 통해 맛들여진 돈 냄새가 악취로 풍겨져 나왔다. 주로 친지나 마을 사람들을 통해 요청해 오거나, 어떤 경우에는 직접적으로 내게 요구해와 난감해진 경우가 많았으나 도무지 응할 수는 없었다. 그것은 바로 득표를 포기하는 것과 진배없는, 후보자로서는 치명적인 길을 걷고 있는 것임을 뻔히 알면서도 진흙탕 속으로 빠져들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번민하는 마음을 다잡기 위해 아내와 함께 비슬산 자락을 찾은 적도 있었다. 결국 선거결과출마자 2명 중 2등 했지만 얻은 것이 없지는 않았다. 선거기간 중 ‘결과만큼 과정도 중요하다’고 믿어온 나의 50년 인생철학을 다시 한번 절감한 것이다.

금전 문제는 모든 사회악의 근원이다. 돈에 깨끗하면 매사에 자신감이 생기고 무서울 게 없다. 높은 지위에 오를수록 분수를 지키면서 돈에 대한 투명성을 키워 나갈 때 사회발전 에너지는 더욱 강하게 분출될 수 있다. 그러나 당선으로 모든 문제가 합리화되어 버리고 마는 지금의 선거 풍토 속에서는 굳이 법을 준수하며 고행의 길을 택하려 하지 않는다. 순박하고 정감이 넘쳐야 할 시골이 왜 선거 때만 되면 이토록 양면성을 지니게 되는지를 알려면좀 더 시간이 필요할 것만 같다.

성병조 대구 수성구 범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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