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프로야구]“투수 없으니 경기 끝내죠”

  • 입력 2002년 7월 10일 18시 19분


배리 본즈(오른쪽)가 올스타전 3회 투런 홈런을 날린 후 양 손가락으로 하늘을 가리키며 홈을 밟자 내셔널리그팀의 동료 새미 소사와 토드 헬튼, 이날 배트보이로 나선 아들(왼쪽부터)이 반갑게 그를 맞고 있다. [밀워키AP연합]
배리 본즈(오른쪽)가 올스타전 3회 투런 홈런을 날린 후 양 손가락으로 하늘을 가리키며 홈을 밟자 내셔널리그팀의 동료 새미 소사와 토드 헬튼, 이날 배트보이로 나선 아들(왼쪽부터)이 반갑게 그를 맞고 있다. [밀워키AP연합]
김병현(23·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은 실망스러웠고 ‘소문난 잔치’엔 팬들의 야유소리만이 가득했다.

미국 언론들도 일제히 “승자는 없었다”며 의미심장한 헤드라인을 뽑았다. 최근 사망한 ‘20세기 최후의 4할타자’ 테드 윌리엄스를 기려 이름을 지은 ‘테드 윌리엄스 트로피(최우수선수상)’의 수상자 역시 없었다.

10일 미국 밀워키의 밀러파크에서 열린 제73회 메이저리그 올스타전은 상처만 안은 채 끝을 맺었다. 국내 팬들에게도, 미국 팬들에게도 실망스럽긴 마찬가지였다.

시작은 화려했다. 밀워키 브루어스 출신 스타인 행크 애런, 로빈 욘트, 폴 몰리터, 에디 매튜스의 동시시구로 막이 오른 뒤 지난해 시즌 최다홈런 신기록(73개)을 세웠던 홈런왕 배리 본즈(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가 3회 2점짜리 축포를 터뜨리자 분위기는 더욱 달아올랐다.

올스타전 7회 2실점한 김병현이 고개를 숙인 채 마운드에서 내려오고 있다. [밀워키AP연합]
‘언제 나오나’ 하고 손꼽아 기다리던 김병현도 5-3으로 앞선 7회 2사 2루에서 마운드에 올랐다. 하지만 바티스타에게 적시타를 맞은 뒤 테하다와 코너커에게 연속 안타를 내주며 5-6으로 역전을 허용했다. 3분의 1이닝 동안 3안타 2실점. 지난해 등판하자마자 칼 립켄 주니어에게 초구홈런을 허용한 박찬호(텍사스 레인저스)에 이어 2년 연속 한국인 선수의 올스타전 수난이었다.

김병현 외에 일본인 ‘천재타자’ 이치로는 2타수 무안타, 7회말 마운드에 오른 사사키(이상 시애틀 매리너스)도 1이닝 3안타 2실점으로 역전을 내줘 동양인 선수들에겐 그리 즐겁지 않은 올스타전이 됐다.

경기 자체로 보면 엎치락뒤치락하는 타격전으로 팬 입장에선 재미있는 게임. 그런데 7-7인 상태에서 연장전으로 접어들자 문제가 생겼다. 양팀 투수(아메리칸리그 9명, 내셔널리그 10명)가 바닥나 더 이상 경기를 진행할 수 없었던 것. 연장 11회초가 끝난 뒤 양팀 감독과 상의를 한 버드 셀릭 메이저리그 커미셔너는 연장 11회말 내셔널리그 공격으로 경기를 끝내기로 결정했다. 결국 11회말에 점수가 나지 않아 비로 중단된 1961년 이후 두 번째 무승부.

밀워키 출신 셀릭 커미셔너는 “후회스러운 상황이었으나 양쪽에 투수가 없어 어쩔 수 없이 내린 결정”이라며 “팬들에게 사과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승부를 가리지 못한 데 화가 단단히 난 4만여명의 팬들은 “경기를 재개하라” “환불하라”를 계속 외쳤고 일부 팬은 병을 그라운드 안으로 던지며 분풀이를 했다. 미국 프로야구는 기본적으로 무승부를 인정하지 않는 경기. 게다가 역대 올스타전에선 11회 이상 연장전을 한 사례도 5차례나 있어 팬들이 분노할 만도 했다. 최근 파업조짐을 보이고 있는 메이저리그는 ‘꿈의 구연’인 올스타전에서도 우울한 결말이 나게 돼 잔뜩 그늘이 드리워져 있다.

김상수기자 ss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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