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최화경/연평도 꽃게

  • 입력 2002년 7월 1일 19시 00분


연평도 하면 원래 조기가 유명했다. 동중국해에서 겨울을 난 조기는 4월로 접어들면 북상하는데 이때부터 6월까지 연평도 앞바다에 그물을 내리면 알 밴 조기가 그득하게 올라왔다. 비린내가 나지 않고 값까지 싼 조기는 아이들 도시락 반찬으로 안성맞춤이었고 먹다 남은 것을 새끼줄로 엮어 굴비로 말리면 입맛 없을 때 그만이었다. 그렇게 흔하던 조기가 1970년대 들어 연평도 앞바다에서 사라졌다. 해수 온도가 상승한 데다 각종 쓰레기가 조기 산란장 역할을 하던 바다 속 골을 메워버렸기 때문이다. 조기 대신 연평도 명물 자리를 차지한 게 바로 꽃게다.

▷꽃게는 알 풀기 전의 봄 꽃게가 으뜸이다. 꽃게는 백령도 연평도 덕적도 근처 20∼30m 깊이의 바다에서 겨울을 넘긴 뒤 이듬해 4월쯤 떠올라 알을 낳기 위해 해안으로 이동하는 데 이때 잡히는 꽃게엔 알이 가득하다. 빨갛게 쪄낸 등딱지를 따면 하얀 살이 그렇게 고소할 수가 없다. 살이야 수게가 많지만 맛은 암게가 훨씬 달다. 여기에 노랗게 익은 알을 씹는 맛이란…. 그러기에 미식가들은 연평도 꽃게를 영덕대게, 함경도 털게와 함께 우리나라 3대 명게로 쳤다.

▷게 요리는 동서고금을 통틀어 진미(珍味)로 통했던 것 같다. 그 맛이 얼마나 좋았으면 중국의 옛 시인이 ‘한 손에 술잔 들고, 한 손에 게를 들면 일생의 낙이 넉넉하다’고 했을까. 일본은 홋카이도의 털게요리가, 미국은 플로리다 스톤크랩과 알래스카 킹크랩이, 호주는 블루크랩이 유명하다. 그러나 뭐니뭐니해도 게 맛은 꽃게가 최고이고 그 중에서도 꽃게장을 제일로 친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하얀 밥을 게 뚜껑에 비벼 먹으면 사발 가득 담긴 밥이 그야말로 게눈 감추듯 없어진다. ‘꽃게장은 밥도둑’이라는 말은 그래서 나왔을 게다.

▷요즘은 게 값이 금값이다. 서해 바닷물이 오염돼 연평도 근해를 제외하고는 잡히지 않는 데다 그마저 북한 어민들이 쌍끌이 어선으로 씨를 말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 바람에 제철인데도 꽃게가 예년의 절반밖에 나지 않아 시장에 나와 있는 꽃게는 대부분 러시아산이다. 연평도 어민들은 5, 6월 꽃게잡이로 한 해를 산다. 그런데 서해교전 사태로 출어가 금지되는 바람에 하루에 1억원씩 손해를 보고 있다니 걱정이다. 올 들어 북한 경비정이 북방한계선을 넘어오는 바람에 조업을 중단한 게 벌써 여러 차례다. 이번엔 쳐놓은 그물도 건질 수 없어 기껏 잡은 꽃게를 그대로 썩혀야 한다니 어민들의 시름이 얼마나 클까.

최화경 논설위원 bb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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