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일본]“한국의 첨단축구 너무 얕잡아봤다”

  • 입력 2002년 6월 23일 19시 07분


“내가 틀렸다. 지난날 한국축구대표팀에 대해 ‘육탄공격적’ 이라거나 ‘신흥공업국 같다’는 말을 함부로 썼던 것은 정말 커다란 결례가 아닐 수 없다.”

일본의 유명한 베스트셀러 작가인 무라카미 류(사진)는 23일자 일본 스포츠호치신문에 기고한 글에서 한국이 월드컵 4강에 오른 데 대한 놀라움과 함께 지난날 한국축구에 대한 자신의 평가를 이렇게 솔직하게 반성했다.

한국팀의 승인에 대한 전문가들의 분석이 일본의 각 언론매체에 홍수를 이루고 있지만 이처럼 솔직하게 한국에 대한 그동안의 일본 측 평가가 잘못됐다고 인정한 것은 드물다.

무라카미씨는 한국팀이 포르투갈전과 이탈리아전에서 고도의 첨단 축구를 선보였음에도 그때는 이를 과소평가했다고 깨끗이 인정하면서 한국이 스페인을 상대로 싸우는 것을 보고서야 제정신이 들었다고 고백했다.

한국팀은 스페인전에서 믿을 수 없을 정도의 운동량을 과시하며 수적 우위를 지켰고 공격라인의 선수들이 중앙은 물론 후방까지 돌아와 철저하게 상대팀을 압박하는가 하면 수비진이 최전방까지 진출해 상대진영을 흔들어 놓았다며 놀라움을 감추지 않았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서 한국팀은 이렇게 짧은 시간에 강하게 되었는가.”

이렇게 자문한 그는 홍명보 선수의 노련미, 이천수 선수의 젊음이 잘 조화를 이루도록 선수를 선발한 거스 히딩크 감독의 공을 높이 평가했다.

그는 홍명보에 대해 “한국이 세계에 자랑하는 리베로인 그는 승부차기 순서에서 오직 확신에 넘친 사람만이 찰 수 있는 방향인 골 네트의 상부를 겨냥해 멋지게 성공시켰다”면서 “포르투갈전에서도, 이탈리아전에서도, 스페인전에서도 그는 최종라인에서 상대의 공격을 냉정하게 분석해 예측한 다음 완벽하게 분쇄시켜 버렸다”고 칭찬했다. 또 이천수에 대해서는 “팀의 무드와 흐름을 만들어내 스페인의 공격을 끊어버렸다”며 중반에 투입된 이후 그가 해낸 역할을 극찬했다.

그는 히딩크 감독이 이처럼 선수 개개인이 가진 잠재역량을 발굴해내 발휘할 수 있도록 해주고 개성파를 대거 인선한 점이 한국팀의 실력 급성장에 기여했다고 평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한국민의 열렬한 응원이 선수들에게 강한 동기부여를 해주었을 것으로 평가했다. 한국인들은 누구나 ‘한국팀은 이탈리아건 스페인이건 절대로 지지 않는다’는 확신을 갖고 응원했으며 이러한 믿음은 선수들에게 엄청난 힘을 주었다는 것이다.

도쿄〓조헌주기자 hans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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