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ccer report]전반 10분 ‘고비’를 넘겨라

  • 입력 2002년 6월 9일 23시 24분


오늘 상대는 미국이다. 무대가 부산에서 대구로 바뀌고, 상대가 바뀌었지만 국민의 관심과 승리에 대한 열정은 그대로다. 이번마저 이기면 그토록 바라던 16강에 바짝 다가서기 때문에 관심과 열정이 더 커졌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불행히도 승리에 대한 확신은 폴란드전보다 못하다. 공은 둥글다고 하면서도 폴란드전 승리를 점치던 분위기와 달리 미국과의 경기를 앞두고는 그렇지 못한 게 사실이다. 객관적인 전력을 살펴봐도 어느 팀이 우세하다고 섣불리 점칠 수 없을 정도로 백중세다. 최근 열린 두 번의 맞대결에서도 두 팀은 나란히 1승씩을 주고받았다. 평가전 당시보다 두 팀은 전력이 월등히 향상됐지만 어느 팀이 더 낫다고 말할 수는 없다.

똑같이 상승세를 타고 있는 점도 예측을 어렵게 한다. 한국이 48년 만에 월드컵 첫 승을 거두며 상승세를 타고 있지만, D조의 ‘절대 강자’로 평가받던 포르투갈을 꺾는 이변을 일으킨 미국의 사기도 이에 못지않다.

이처럼 상승세의 두 팀이 대결할 때는 무엇보다 경기 초반 ‘기싸움’에서 상대를 제압하는 게 중요하다. 초반 주도권을 잡는 팀은 그 동안의 상승세를 이어갈 수 있지만, 기세가 꺾이면 그 동안의 상승세는 팀에 별 도움을 주지 못할 수도 있다.

한국이 경기 초반 어려운 경기를 되풀이했던 점은 염려스러운 대목이다. 잉글랜드와 프랑스와의 평가전에서도 그랬고, 폴란드와의 개막전에서도 전반 10분까지 위험한 위기를 맞았다. 강팀과의 대결에서 비롯되는 심리적인 위축, 첫 경기라는 부담감 때문으로 풀이된다.

초반 실점으로 미국의 기를 살려준다면 어려운 경기가 될 것으로 예측된다.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포르투갈의 패배도 초반 실점에서 시작됐다. 선제골을 터뜨린 뒤 미국은 신들린 듯 경기를 풀어나갔고, 포르투갈 선수들은 혼이 빠진 듯 졸전을 거듭했다. 긴장이 풀리고 선수들의 몸이 풀릴 때까지 수비에 안정을 두는 게 가장 중요하다. 스피드가 좋은 오른쪽 미드필더 랜던 도너번의 2선 침투는 가장 경계해야 할 대목이다. 스트라이커 브라이언 맥브라이드의 헤딩은 수비 뒷공간을 파고드는 도너번을 향한다는 것을 수비수들이 경기 내내 머리에 담아 두어야 할 부분이다.

첫 고비만 넘기면 한국에 유리할 것으로 본다. 무더위는 노장이 많은 미국팀에는 악재지만 한국에는 호재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그런 유리한 조건을 살리기 위해서는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초반 고비를 넘기는 게 선결과제다.

허정무 본보 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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