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월드컵]전주 "조1위 말고 차라리 2위를"

  • 입력 2002년 6월 7일 18시 49분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조 2위만 해다오.” 2002 한일월드컵에서 동유럽의 강호 폴란드를 꺾고 16강 진출의 유리한 고지를 점령한 한국 축구대표팀에 보내는 전주 시민들의 바램이다.

왜 하필이면 2위일까. 그래야 한국팀이 선전하는 모습을 가까이서 지켜볼 수 있기 때문. 한국팀은 조 2위를 차지할 경우 17일 오후 3시반 전주 월드컵경기장에서 G조 1위와 16강전을 벌이지만 만약 1위를 하면 18일 대전에서 G조 2위와 16강전을 치른다.

전주의 한 택시기사는 “경기도 경기지만 수만명에 이르는 응원단이 전주에 남기고 갈 ‘월드컵 특수’도 무시할 수 없다”며 한국이 조 2위로 16강에 오르기를 희망했다.

하지만 한국팀의 조 2위를 가장 간절히 바라는 사람들은 따로 있다. 바로 전주 16강전 입장권을 대량으로 사놓고 한 몫 챙기려는 암표상들.이들의 기대를 반영하듯 한국이 폴란드전에서 승리하자 인터넷에서 전주 16강전 입장권의 호가는 12만8000원짜리 3등석이 30만원, 22만4000원 하는 2등석이 40만원 선까지 치솟았다.그러나 미국이 우승후보로 꼽히던 포르투갈을 이겨 D조가 새로운 ‘죽음의 조’로 떠오르자 입장권 호가는 다소 하락, 암표상들의 마음을 안타깝게(?) 했다. 6일 16강전 입장권 호가는 급매물을 제외하고는 2등석이 26만원, 3등석이 16만원선에 형성됐다.

한편 전주시 인후동에 마련된 입장권 판매센터도 뒤늦게 표를 구하려는 시민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4일까지만 해도 상당한 물량이 남아있던 입장권은 순식간에 2등석과 3등석이 모두 팔려나가고 6일 현재 1등석만 200여장 남은 상태.

판매센터 직원은 “7일 스페인-파라과이전, 10일 포르투갈-폴란드전보다 17일 16강전에 관심이 많다”며 “평소보다 5∼6배 많은 사람들이 16강전 티킷을 사러 왔지만 대부분 빈 손으로 돌아갔다”고 전했다.

전주〓정경준기자 news9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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