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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2년 6월 2일 23시 2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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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보자 선택의 5大조건▼
우리 국민은 정치인과 정치에 대해 상당한 불신과 혐오감을 갖고 있다. 선거 때만 되면 국민을 위해 무슨 일이든지 하겠다고 약속을 남발하던 사람들이 당선만 되면 국민은 잊어버리고 정파간 싸움이나 사리사욕 채우기에 열중하기 때문이다. 왜 이런 현상이 반복되는가. 선거의 해인 올해 우리는 무엇보다도 주인인 국민이 선거를 통한 심판의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고 있는지를 반성해 볼 필요가 있다. 엉터리 선수를 뽑아 놓고 경기 잘 못한다고 나무라면 스스로를 비난하는 것과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그러면 어떤 후보가 겉과 속이 다른 믿을 수 없는 후보인가. 사람의 마음 속에 들어가 볼 수는 없는 일이니 우리는 불가피하게 그 사람의 과거의 행적과 오늘의 행동을 보고 공직 후보자로서의 자질을 심판하는 수밖에 없다. 몇 가지 간단한 기준을 생각해 보자.
첫째, 과거 파렴치한 범죄를 저지른 사람은 곤란하다. 이번 지방선거에 후보로 나선 사람들 가운데 전체의 12.5%인 1365명이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은 적이 있는 전과자라고 한다. 물론 이들 중에는 시국사건, 노동관련 사건으로 형을 선고받은 사람들도 있다. 그러나 대다수는 절도, 사기, 폭력, 공갈, 협박, 뇌물 등 이른바 파렴치한 사건들과 관련된 전과자들이다.
둘째, 세금을 제대로 내지 않은 사람들도 곤란하다. 후보로 등록한 사람들 가운데 998명이 지난 3년 동안 세금을 한 푼도 낸 적이 없다고 한다. 여기에 재산이나 소득에 비해 세금을 턱없이 적게 낸 사람들까지 합치면 세금 관련 비양심 후보자의 수도 크게 증가할 것이다. 이들도 역시 공직자로서의 자격이 없다.
셋째, 병역 학력 경력 등 자신의 인적 사항을 속이거나 감추는 사람도 믿을 수 없다. 나를 대신해서 일할 사람이 자신에 관한 여러 가지 일들을 속이는데 어떻게 믿을 수 있단 말인가.
넷째, 지금까지 공직에 있었던 후보라면 그 사람의 공직 수행에 대한 평가도 중요한 기준이 될 수 있다. 중앙에서든 지방에서든 공직을 맡아 일할 때 국민의 대표자로서, 심부름꾼으로서의 역할을 소홀히 했거나 비리를 저질렀던 후보라면 역시 공직자로 다시 선출해서는 안 된다.
다섯째, 어느 정당에 소속돼 있는지도 심판의 중요한 기준이 될 수밖에 없다. 민주정치는 어차피 정당정치일 수밖에 없다. 정당의 잘잘못에 대해 책임을 묻는 기회가 곧 민주정치에 있어서 선거의 중요한 기능이다. 잘못한 정당과 그 후보에게 책임을 묻는 것이 책임정치를 구현하는 길이다. 그렇지 않으면 무책임한 정치, 정치불신만 반복될 것이다.
물론 선거에서 지지할 후보를 선택하는 데는 그 후보나 소속 정당이 제시하는 비전과 정책이 매우 중요한 기준이다. 그런데 여기서 우리가 과거의 행적이나 업적에 대한 심판의 기능을 강조하는 이유는 선거 때마다 쏟아져 나오는 공약(公約)이 종종 공수표로 끝나버리기 때문이다. 신뢰할 수 없는 사람, 선거에서의 승리만을 생각하는 후보나 정당이 내거는 공약은 특히 그러하다. 후보나 정당을 철저히 심사하고 심판해야 공약이 공약(空約)으로 끝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선거가 과거의 잘잘못에 대한 심판기능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면 오히려 면죄부를 주는 역할을 할 수 있다. 선거가 면죄부를 주는 기회가 돼서는 곤란하지 않은가.
▼승리만 생각하는 후보 “NO“▼
월드컵 축제에 온 국민의 관심과 마음이 쏠려 있다. 한국의 16강 진출이 유력시된다는 평가가 국민의 마음을 더욱 들뜨게 하고 있다. 그런데 한국축구와 더불어 한국정치도 이제 ‘세계 16강’에 들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우리의 대표선수들을 잘 뽑아야 한다. 선거는 바로 우리의 대표선수들을 뽑는 기회다. 한국정치의 수준은 바로 유권자들의 선택에 달려 있다.
정진영 경희대 교수·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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