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월드컵]결전의 순간까지 갈고 닦는다

  • 입력 2002년 5월 31일 01시 58분



“Wake up(정신차려)!”

거스 히딩크 감독의 목소리가 그라운드에 쩌렁쩌렁 울렸다. 설기현이 오프사이드 위치에서 빠져나오지 않고 미적거리자 버럭 화를 내며 소리를 지른 것.

선수들은 유니폼이 흠뻑 젖도록 정신없이 운동장을 뛰어다녔고 표정도 진지했다. 김남일은 “악”하는 비명소리가 나도록 거친 태클로 윤정환을 쓰러뜨렸다. 이천수와 안정환은 화려한 개인기로 손발을 맞춰가며 연신 강슛을 골문으로 날렸고 이와 함께 스탠드에선 “와” 하는 함성이 터졌다. 심장박동측정기를 단 선수들이 8분 경기에 2분 휴식으로 미니게임을 소화한 게 어느덧 9게임. 오후 5시50분경 시작된 미니게임은 2시간 가까이 진행됐고 해는 뉘엿뉘엿 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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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월드컵 대표팀이 개막 하루를 앞두고 30일 경북 경주 시민운동장에서 강도 높은 실전훈련을 실시했다. 경주 도착 후 휴식과 가벼운 훈련으로 컨디션 조절에 주력했던 대표팀은 이날 오후 훈련에서 러닝과 스트레칭을 끝낸 뒤 곧바로 8 대 8 미니게임에 치중했다. 운동장의 4분의 3 정도만 사용하는 미니게임은 골키퍼를 포함한 8명이 한 팀이 돼 3조로 나뉘어 치러졌다. 2조가 경기를 벌이는 동안 남은 한 조는 외곽에서 세트플레이 연습.

경기장이 줄어들다 보니 쉴 틈 없이 공수 진영을 오가게 돼 선수들의 체력소모는 실전보다 심했다. 1게임만 소화해도 유니폼이 흠뻑 젖을 정도. 선수들은 실전을 방불케 할 정도로 격렬하게 그라운드를 뛰어다녔다.

중앙에서 선수들을 큰소리로 독려한 히딩크 감독은 스리백과 포백, 투톱과 스리톱 등 다양한 전술변화를 지시해 본선에 대비시키는 모습이었다.

그동안 발 부상으로 한국대표팀을 긴장시켰던 주장 홍명보는 경주에 내려온 뒤 처음으로 이날 훈련에 참가해 산뜻한 발놀림을 보여줬다. 홍명보는 미니게임을 소화한 선수들과 달리 운동장 사이드에서 빌 코 물리치료사와 함께 왕복달리기와 뜀뛰기로 컨디션을 조절. 겉으로 봐선 전혀 다친 선수 같지 않을 정도로 발걸음이 경쾌했다.

1시간여 동안 끊임없이 달리기를 하며 발 상태를 체크한 홍명보는 “이젠 괜찮다. 내일(31일)부턴 다른 선수들과 똑같은 훈련을 소화한다”고 자신 넘치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홍명보와 달리 옆구리 부상중인 최용수는 이날 운동장에 나왔으나 훈련을 제대로 소화하지 못하고 30분 만에 숙소로 돌아갔다.

경주〓김상수기자 ss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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