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종美정가女인턴 13개월만에 유골로

  • 입력 2002년 5월 23일 18시 08분


챈드라 레비(좌), 콘디트 前의원
챈드라 레비(좌), 콘디트 前의원
지난해 여름 워싱턴을 뜨겁게 달구었던 한 인턴이 실종 13개월 만인 22일 끝내 유골로 발견됐다.

워싱턴의 연방교정국에서 인턴으로 일하던 남캘리포니아대(USC) 대학원생 챈드라 레비(실종당시 24세·여). 지난해 4월30일 레비씨는 친척의 전화 자동응답기에 “엄청난 뉴스가 있다”는 말을 남긴 후 사라졌다.

그의 실종이후 젊고 야심찬 인턴과 권력을 가진 정치인의 ‘부적절한 결합’이 또다시 드러나면서 미국의 주목을 끌었다.

그의 고향인 캘리포니아 모데스토시의 하원의원 게리 콘디트. 콘디트 의원은 89년 이후 7번 연속 의원에 당선되면서 탄탄대로를 달려왔다. 멋진 할리 데이비슨 오토바이를 타고 다니는 유부남 콘디트 의원은 단번에 레비씨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두 사람의 부적절한 관계는 그의 실종이후 레비씨 친척들의 전언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콘디트 의원은 연인 관계를 완강히 부인했다.

레비씨가 캘리포니아 출신으로 의사인 아버지를 뒀고 워싱턴에 도착하자마자 사귄 새 남자에 대해 시시콜콜 친척에게 털어놓은 점은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을 탄핵위기에 몰아넣은 백악관 인턴 모니카 르윈스키와 너무 흡사하다.

르윈스키씨와 다른 점은 비극적인 결말이다. 레비씨는 형체를 알 수 없어 치아로 신원을 확인해야 하는 유골로 돌아왔고 콘디트 의원은 거짓말이 들통나는 바람에 3월 예비선거에서 낙선, 정치 생명을 잃게 됐다. 워싱턴 경찰은 그가 용의선상에 올라있지 않다고 밝히고 있지만 미 연방대배심은 지난달 그를 소환, 증언을 청취했다.

유골이 발견된 지점은 레비씨가 마지막으로 노트북 컴퓨터를 이용해 위치를 검색했던 ‘킹글맨션’에서 2.5㎞가량 떨어진 워싱턴 시내의 록 크릭 공원. 거북 사냥을 하던 한 시민의 애완견이 우연히 발견했다. 현장에는 새벽에 마지막 조깅을 즐긴 듯 조깅 브래지어와 휴대용 라디오가 남아있었다.

박혜윤기자 parkhy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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