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마당]안광구/국가운명, 기술개발 특허에 달렸다

  • 입력 2002년 5월 15일 18시 52분


19일은 제37회 ‘발명의 날’이다. 세계적으로 국가 간 장벽이 허물어지고 말 그대로 무한경쟁을 벌이는 상황에서, 기술과 발명으로 경쟁력을 높여나갈 필요성이 나날이 커지고 있다.

그러기에 나라마다 기술개발 투자를 천문학적으로 늘리고 전문기술 인력을 확충하면서 남보다 한발 앞서는 기술을 개발하기 위해 사력을 다하는 ‘기술전쟁’이 전개되고 있는 터이다.

예컨대 지난 20년 동안 각국의 연구개발비(R&D) 총 규모는 미국 4배, 일본 6배, 독일 프랑스 3배로 늘었다. 제조업 매출액 대비 개발투자 비용의 비율은 평균 3%대에서 4%대로 껑충 치솟았으며, 일부 첨단업종의 경우 10∼20%, 심지어 30∼40%가 넘는 경우도 속출하고 있다.

이렇게 엄청난 투자를 해야만 하는 현실 때문에 개발된 기술을 방어하고 보호하는 특허권 확보 노력도 가히 전쟁을 방불할 정도로 펼쳐지고 있다. 전 세계 특허출원 추이를 보면 1970년의 총 100여만건이 2배로 늘어난 것은 22년이 지난 1992년이었으나, 여기서 2배가 된 것은 불과 4년이 지난 1996년이었다. 3년이 지난 1999년 또 2배로 늘어났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우리의 대응태세에는 두 가지 상반된 평가가 있다. 우선 나름대로 긍정적인 측면이다. 1991년까지만 해도 1만여건에 불과하던 우리 국민의 특허출원이 2001년에는 거의 8배로 급증했다.

이에 따라 자국 국민 기준으로 우리나라가 특허출원은 세계 4위, 등록은 세계 3위라는 특허대국(1997년 기준)으로 떠오르게 되었다.

그러나 다른 측면에서는 타개해 나가야 할 과제도 너무나 많다. 우선 우리나라 제조업체 중 특허든 실용신안이든 단 1건이라도 있는 업체의 비중은 4.5%(1999년)에 불과하며, 최근 붐을 일으켜온 기업체 부설 기술연구소마저 그 사정은 비슷하다. 또한 외국에서 특허를 받는 건수는 미국의 30분의 1, 일본의 20분의 1에 불과한 실정이다.

이 때문에 외형상으로 세계 최상위권의 특허대국이라면서 우리의 과학기술 경쟁력은 22위, 국가경쟁력은 28위(2000년)라는 이해하기 힘든 결과가 나타나고 있다.

더욱이 한국의 산업구조 추세를 보더라도 기술의 중요성은 날로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의 분석에 의하면 경제성장률에 대한 ‘기술진보’의 기여율이 80년대 14%, 90년대 18%에서 나아가 21세기 초에는 30% 이상이 될 전망이다.

이러한 사정들을 감안할 때 기술개발과 특허의 문제는 이제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의 명운을 좌우하는 절체절명의 과제가 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우선 기업들은 ‘우수한 기술을 개발하고 이에 대한 특허권을 확보하며, 이 권리로 국내외 시장을 제패해 가는 중요한 경영자원으로 활용한다’는 인식과 태세를 확립해야 할 것이다. 정부는 정부대로 ‘산업계가 우수기술의 특허를 받아 경쟁력을 강화하도록 적극 지원해준다’는 정책의지를 가다듬어야 한다.

안광구 전 특허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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