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중 권노갑씨 "DJ, 홍걸-최규선 떼어놓아라 지시"

  • 입력 2002년 5월 15일 18시 39분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은 3남 홍걸(弘傑)씨와 미래연합대표 최규선(崔圭善)씨가 본격 ‘로비행각’을 벌이기 이전에 두 사람을 떼어놓도록 측근인 민주당 권노갑(權魯甲) 전 최고위원에게 직접 지시를 내렸던 것으로 밝혀졌다.

김은성(金銀星) 전 국정원 2차장으로부터 5000만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된 권 전 최고위원은 2000년 7월 김 전 차장을 만나기 전날 청와대에서 김 대통령으로부터 “최규선이와 홍걸이에 관해 나쁜 보고가 올라오니 두 사람을 떼어 놓으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털어놓았다.

김 전 차장은 바로 다음날 서울 평창동 권 전 최고위원의 집을 찾아와 국정원이 수집한 두 사람에 관한 정보내용을 전하려 했으나 권 전 최고위원은 당시에는 “소문만 갖고 보고하지 말고 육하원칙에 따라 확실한 근거를 대라”고 오히려 질책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권 전 최고위원은 이 직후 최규선씨가 ‘대통령직 인수위 보좌역’을 사칭해 공항 VIP룸을 이용하는 등 물의를 빚은 사실이 드러나자 2주일여 뒤 김 대통령에게 최씨가 문제가 있음을 직접 보고했다는 것.

권 전 최고위원은 이후 홍걸씨를 따로 불러 “최규선이와 어울리지 말고 빨리 미국으로 돌아가 공부하라”고 타일렀고, 최씨에게는 “인간적인 연(緣)은 유지하되 내 보좌역은 그만두라”고 사직토록 했다는 후문이다.

그러나 두 사람은 이후 몰래 다시 만나 최근 물의를 빚은 로비활동을 벌였던 것으로 밝혀졌다.

권 전 최고위원은 또 김 전 차장에 대해 “권영해(權寧海) 전 안기부장의 추천으로 국회 정보위 전문위원이 된 인물로 본래 못마땅하게 생각했었다. 그런 사람에게 내가 집에서 돈을 받았겠느냐”며 결백을 계속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권 전 최고위원은 구속 직후 처음 1주일간은 억울함 때문에 식음을 전폐했었으나 지난 주말부터는 “여기서 무너질 수 없다”며 식사와 운동을 재개했다는 게 지인들의 전언이다.윤영찬기자 yyc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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