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밖에서 보는 한국증시②]길게보면 여전히 매력적

  • 입력 2002년 5월 13일 18시 02분


외국인은 한국 증시를 떠나는가. 이에 대해 홍콩에서 만난 외국인들은 하나같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오히려 한국 투자를 준비하는 자금은 늘어나고 있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다소 시간이 걸리는 것이 문제일 뿐이다.

여기에는 한국 기업의 기초체력에 대한 믿음이 깔려 있다. 한국시장에 7년째 투자중인 헤지펀드의 펀드매니저 A씨는 “9·11테러 이후 수익률이 110%에 달했는데 안 파는 것이 비정상”이라며 “장기투자는 여전히 유효하다”고 말했다. 최근 외국인 매도는 당연한 조정 과정이라는 얘기다.

▽돈 떠나지 않는다〓피델리티 아시아태평양 투자담당 임원(CIO) 케이스 퍼거슨은 “구조조정 성공으로 한국 증시에는 장기투자자금이 꾸준히 들어올 것이다. 피델리티도 단기 주가 움직임에 관계없이 한국시장에 대해 장기 투자 전략을 유지할 것이다”라고 밝혔다.

▼글 싣는 순서▼

- ①당분간 적극매수 어렵다

LG증권 홍콩법인 영업담당 제이 김은 “4월 삼성전자 주가가 40만원일 때 투자한 외국인투자자도 있다”며 “1년 이상 앞을 내다보는 장기 투자자가 많다”고 말했다.

최근 원-달러 환율 하락도 외국인 자금이 이탈하지 않고 있다는 증거다.

새로 한국 투자를 저울질하는 자금이 늘어날 조짐도 눈에 띈다. 한국 증시에서 외국인 매도가 지속되던 8일 하몬 인베스트먼드 펀드매니저 레이먼드 찬은 “한국 주식 투자를 문의하는 기업들이 많다. 유럽과 미국 증시에 실망해 한국에 관심을 보이기도 한다. 아직 실제 투자로 이어지지는 않고 있다”고 말했다. 실탄을 장전해두고 쏠 시기를 엿보는 셈이다.

▽한국 기초체력 신뢰〓외국인들은 외환위기가 한국 기업에 전화위복이 됐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구조조정뿐만 아니라 글로벌 기업으로서 토대를 마련했다는 설명이다. 그들은 ‘브랜드’에 주목했다.

레이먼드 찬씨는 “97년까지 아시아 기업은 제조만 잘했다. 이제 브랜드 관리까지 한다. 삼성전자가 대표적이다. 한국은 아시아가 하지 못하던 일을 해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기업지배구조의 투명성, 자기자본이익률(ROE) 등에서 한국 기업은 아시아 최고 수준이다”며 “이는 외국인이 장기적으로 투자할 수 있는 기반”이라고 밝혔다.

한국 기업 수익의 안정성도 후한 평가를 받았다. 크레디아그리콜 에셋매니지먼트 펀드매니저 縣온 펑은 “과거 한국은 부채가 많고 금리가 높아 기업의 수익이 들쭉날쭉했다”며 “금리가 낮은 수준에서 안정돼 매년 꾸준한 수익을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당분간 조정이 지속된다는 전제를 두고 “미국 경기가 좋아진다면 4·4분기 초 한국 종합주가지수가 1,100선까지 오를 수 있다”고 내다봤다.

▽내수우량주 주목〓향후 한국 증시 주도주로 내수종목을 꼽는 외국인이 많았다. 縣온 펑씨는 “수비적으로 투자 종목을 구성하기 위해 내수 종목에 관심을 갖고 있다”며 “당분간 통신 유통 은행 식음료 등 내수주가 유망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 등 해외 변수의 영향을 적게 받고 주가 변동폭도 작을 것이기 때문이다.

퍼거슨씨는 “향후 주도주는 내수 소비업종이 될 것”이라며 “전자 자동차 화학 등 수출주도주도 장기적으로 전망이 밝다”고 내다봤다.

이은우기자 libra@donga.com

한국 상장기업 과거 대세 상승기와 현재 비교
89년94년99년2001년
영업이익률(%)-1.1-3.65.5
자기자본이익률(ROE·%)-3.4-12.89.4
부채비율(%)-260.2299125.9
순이익(억원)25,02946,64861,44766,924
부채비율,ROE는 금융업을 제외한 수치. 89년은 통계가 미비.
증권거래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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