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밖에서 보는 한국증시①]당분간 적극매수 어렵다

  • 입력 2002년 5월 12일 18시 27분


【4월 하순부터 외국인이 한국 증시에서 1조6000여억원어치를 팔면서 주가가 떨어지고 있다. 외국인은 특히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등 한국의 대표주들을 집중매도해 ‘셀 코리아’가 시작된 것 아니냐는 우려마저 나오고 있다. 아시아 주식투자의 거점인 홍콩 현지취재를 통해 외국인이 한국 증시를 보는 시각과 전망, 과제를 3회에 걸쳐 연재한다.】

“시장 유동성, 펀더멘털, 기업 수익 등에서 한국은 MSCI 선진국 지수에 편입될 준비가 돼 있다.”(크레디트 아그리콜 에셋매니지먼트 홍콩 펀드매니저 縣온 펑)

홍콩에서 만난 외국 펀드매니저들은 한결같이 한국 증시를 밝게 내다봤다. 그러나 “한국 주식 매수량을 늘리겠느냐”는 질문에는 입을 다물었다. 장기 전망은 밝지만 당장 투자를 늘리기는 어렵다는 얘기다. 당분간 꾸준히 팔겠다는 사람도 적지 않았다.

▽한국주식 비중 여전히 높다〓하몬 에셋 인베스트먼트 펀드매니저 레이먼드 찬은 홍콩 국제금융센터 27층 사무실에서 약속시간보다 5분 늦게 나타났다. 그는 “한국 주식에 투자하려는 외국 기업 고객들이 끊이지 않아 약속시간에 늦었다”고 말했다. 유럽과 미국의 주식 투자 비중을 줄이고 한국에 관심을 보이는 투자자가 많다는 것. 그러나 그는 한국에 대한 투자의견으로 ‘중립’을 유지하고 있다.

찬씨는 “연초부터 각종 펀드의 한국 주식 비중이 지나치게 높았고(오버웨이트) 지금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하몬 에셋 인베스트먼트는 한국에만 3억달러를 투자하고 있는 헤지펀드. 아시아에서 한국 주식 투자 비중은 20%가량이다.

펑씨도 “아직 매도가 끝나지 않았다. 외국인은 조금씩 꾸준히 한국주식을 내다팔 것”이라고 내다봤다. ING 주식영업담당 이사 제이슨 김, LG증권 홍콩 현지법인 제이 김 등 영업 담당자들도 비슷한 견해를 내놓았다. 제이슨 김은 “외국인은 국가나 종목에 대해 투자비중을 정해놓고 그 범위 내에서 투자하는 것이 원칙”이며 “이는 쉽게 바뀌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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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영향은 절대적〓한국이 4월까지 6개월 연속 월초대비 주가가 상승한데는 한국 기업의 수익 급증과 함께 세계 경기의 회복 기대가 큰 몫을 했다. 홍콩 외국계 투자자들은 이제 한국 자체적인 주가 상승 요인은 힘을 다했다고 입을 모았다. 적어도 올해 말까지 미국 및 세계 경기와 관계없이 한국 주식만 오르기는 힘들다는 것.

여기에다 미국 등 세계 경기의 회복가능성은 불투명하다. 펑씨는 “주가에는 기대감이 이미 반영됐는데 미국 경기는 기대와 다르게 나타난다. 기대와 현실의 괴리가 한국 주식의 하락 요인”이라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펀드매니저는 “5%를 웃돈 미국 1·4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현실보다 지나치게 높은 수치다. 2·4분기, 3·4분기 미국 GDP 성장률이 5% 아래로 나타나면 실망감만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적어도 3·4분기는 돼야〓언제쯤 외국인이 한국 주식을 왕성하게 살까. 명확히 밝히지는 않았지만 적어도 3·4분기는 돼야 한다는 전망이 많았다. “적어도 2개월은 조정이다”, “800포인트가 지지선” 등의 대답이 나왔다.

찬씨는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금리를 높이는 시기가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미국 경기에 대한 자신감의 표현이라는 분석. 펑씨는 “미국 변수를 고려할 때 9월경부터 한국 주가가 올라 연말에 최고점에 이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투자를 꺼리게 만드는 요소 가운데 한국 자체적인 문제점은 △한국의 금리인상 △가계부채 증가 △공기업 민영화 지연 △한국 증시 전문가들의 지나친 낙관 등이 꼽혔다.

홍콩=이은우기자 libr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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