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자녀 부양-노후 준비 동시에” 50대 부모의 해법은[김동엽의 금퇴 이야기]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5월 5일 2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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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큰 자녀를 언제까지 보살펴야 하나요?”

성인 자녀와 함께 사는 50대 부모들이 자주 하는 넋두리다. 자녀들이 학업을 마치고 경제적으로 독립하기까지 소요되는 기간이 갈수록 늘어나면서 경제적 부담이 고스란히 부모들에게 전가되고 있다. 노후준비를 하기도 빠듯한 50대 부모가 성인 자녀 뒷바라지까지 해야 하니 부담이 만만치 않다. 50대 부모들은 성인 자녀에 대한 경제적 지원과 노후준비를 모두 해낼 수 있을까.

● 자녀 관심을 돈으로 사려 하지 말라

김동엽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 상무
김동엽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 상무
돈으로 자녀의 관심을 사거나 경제적 지원을 핑계로 자녀의 삶에 간섭하려는 부모들이 있다. 이는 부모와 자녀 모두에게 좋지 않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자녀들은 부모의 비위를 맞춰 주고 돈만 받으려는 잘못된 버릇이 생길 수 있다. 부모들은 돈이 떨어지면 자녀가 자신을 허투루 보지나 않을까 불안해진다. 그 결과 돈으로 자녀를 통제하려는 악순환에 빠지게 된다.

정신의학과 전문의인 하지현 교수는 저서 ‘어른을 키우는 어른을 위한 심리학’에서 자녀를 경제적으로 지원하는 것은 어디까지나 좋아서 해야 하는 일이라고 했다. 자녀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받으면 기쁘고, 아니어도 그만이라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 그러려면 과도한 지원은 피해야 한다.

● 부모의 노후준비는 자녀에게 선물이다

자녀를 한 명만 낳은 50대 부모도 적지 않다. 외동아들과 외동딸이 결혼하면 양가 부모 넷을 모셔야 한다. 젊은 부부 둘이 감당하기에는 쉽지 않은 일이다. 그래서일까. 요즘 젊은이들은 결혼할 때 연봉, 저축, 주거만큼이나 중요한 조건으로 부모의 노후준비를 꼽는다. 부모가 경제적으로 안정되어 있으면 자녀가 부모 노후를 걱정하지 않아도 되고, 이는 자녀가 결혼에 있어 유리한 조건이 된다.

부모가 노후준비를 하지 않으면 그 부담이 고스란히 자녀에게 전가된다. 거꾸로 생각하면 부모가 노후준비를 잘하는 것이 자녀에게는 선물이 되는 셈이다. 청년기 행동과 심리발달 연구에서 세계적 권위자인 로렌스 스타인버그 미국 템플대 교수는 ‘50이면 육아가 끝나는 줄 알았다’라는 책에서 성인 자녀에 대한 경제적 지원이 부모의 은퇴 계획을 위태롭게 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자녀에게 경제적 지원을 할 때는 자금의 용도를 미리 정하고, 지원 기간을 분명히 알려야 하고, 도움이 필요 없어지면 자녀에게 알려 달라고 해야 한다고 했다.

● 부모의 은퇴 계획을 자녀에게 알려라

자녀에게 부모 재산에 대해 얘기해도 될까. 이 문제에 대해 스타인버그 교수는 ‘40-70’ 규칙을 따르라 한다. 자녀가 마흔, 부모가 일흔 살이 되기 전에 이 문제에 대해 대화를 나눠야 한다는 뜻이다. 부모는 은퇴 생활을 하는 데 필요한 돈을 준비하고 있는지 자녀에게 알려야 한다. 그리고 자녀로부터 어떤 종류의 경제적 지원이 필요한지 물어보고, 자녀에게 무엇을 물려줄 수 있는지도 말해야 한다.

자녀는 부모가 일을 그만둔 후 어디서 어떻게 살 것인지, 생계를 꾸려 나갈 준비가 되어 있는지, 의료비와 장기요양비에 대한 대책은 마련하고 있는지 궁금해 한다. 그리고 부모는 비상 상황이 발생하기 전에 자녀에게 기본적인 재정 상태를 알려야 한다. 갑작스레 건강에 문제가 생겨 자녀가 재정에 관여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 이때를 대비해 부동산 보유 현황, 금융상품 가입 현황 등을 자녀가 쉽게 파악할 수 있도록 정리해 둬야 한다.

● 돈도 치매에 걸린다

초고령사회 일본에서는 ‘치매 머니’라는 말이 유행하고 있다. 치매 머니란 치매 환자가 보유하고 있는 금융자산을 말한다. 일본의 고령자들은 상당한 자산가로 알려져 있는데, 이들이 치매에 걸리면 치매 환자는 돈이 어디 있는지 잊어버려 찾을 수 없고, 자녀들은 부모의 돈에 대한 접근 권한이 없어 찾지 못한다. 금융자산뿐만 아니라 부동산도 처분하기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부모가 치매에 걸리면 부모가 보유한 자산도 치매에 걸리는 셈이다.

유언장을 작성해 둔다고 치매 머니를 예방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유언서는 작성자가 사망한 다음에야 효력이 발생한다. 작성자가 치매인 상태로 살아 있으면 자녀들이 유언장을 가지고 할 수 있는 일은 없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할까. 가족신탁과 성년 후견인 제도를 활용할 수 있다. 가족신탁은 믿을 수 있는 가족에게 치매가 생기기 전에 미리 자산관리를 위탁하는 것이다. 성년 후견인은 한 개인이 법률 행위를 할 수 있는 능력을 상실했을 때 그를 대신해 법률적인 행위를 할 수 있도록 권한을 부여받은 사람을 말한다.

김동엽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 상무


#성인자녀#부양#노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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