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그때 그이야기]제12회 스페인대회<하>

  • 입력 2002년 5월 10일 17시 30분


결승전이 끝난 직후 승리에 환호하는 이탈리아선수들과 주저 앉은 서독 선수들. 게티이미지본사특약
결승전이 끝난 직후 승리에 환호하는 이탈리아선수들과 주저 앉은 서독 선수들. 게티이미지본사특약
“파란과 이변은 계속됐다.”

12강이 자웅을 겨루는 2차리그에서 축구팬의 관심은 온통 3조 경기에 쏠려있었다. 2차리그는 3개팀씩 4개조로 나뉘어 치러졌다. 3조는 우승후보 브라질 이탈리아 아르헨티나가 몰려있는 말 그대로 ‘죽음의 조’였다. 그 중 브라질이 최강으로 꼽혔다. 소크라테스와 지코가 버틴 브라질은 ‘무적함대’로 불렸다. 전 대회 우승팀 아르헨티나는 축구천재 마라도나가 처녀 출전한데 힘입어 월드컵 2연패를 노리고 있었다. 이탈리아는 ‘빗장수비’를 내세워 강호로 꼽혔지만 이렇다할 공격수가 없어 상대적으로 약팀으로 꼽혔다. 그러나 결과는 전혀 뜻밖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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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는 아르헨티나와의 경기에서 끈질긴 수비로 상대의 진을 빼놓았고 마라도나는 과격한 플레이를 하다 퇴장당했다. 이탈리아의 2-1승. 이탈리아와 브라질의 경기. 브라질의 절대 우세가 예상됐다. 하지만 이탈리아에서 파울로 로시라는 복병이 튀어나와 해트트릭을 기록하며 브라질을 3-2로 격파했다. 전세계는 ‘망치로 뒤통수를 얻어맞은 듯한’충격을 받았다. 이탈리아는 폴란드를 꺾고 결승에 진출했다.

‘죽음의 조’ 드라마가 끝난 뒤에도 혈전은 계속됐다. 서독과 프랑스의 준결승 혈투. 두 팀의 경기는 최후의 땀 한방울까지 남김없이 짜낸 그야말로 사력을 다한 경기였다. 프랑스에는 미셸 플라티니, 서독에는 루메니게 등 세기의 스타들이 있었다. 일부선수가 의식을 잃고 실려나오는 등 피말리는 공방속에 전후반을 1-1로 마친 두 팀은 연장전에 돌입했다. 프랑스가 먼저 2골을 넣어 승리를 눈앞에 두었는가 했더니 독일이 종료직전 두 골을 몰아 넣어 다시 원점. 결국 손에 땀을 쥐게하는 승부차기 끝에 서독이 5-4로 이겼다.

그러나 힘을 너무 뺀 탓인지 서독은 결승에서 이탈리아에게 1-3으로 무너졌다. 이탈리아는 브라질에 이어 월드컵에서 3번째 우승했다.

‘거대한 한편의 드라마’. 12회 대회는 축구의 재미를 만끽하게 해준 대회로 평가 받고 있다. 그러나 후유증도 남겼다. 서독과 프랑스의 혈전은 승부차기에 대한 회의론을 낳게 했다. 많은 프랑스 축구팬이 실력보다 운이 작용하는 승부차기로 승패를 결정짓는 것은 모순이라는 주장을 제기한 것. 하지만 이탈리아의 우승으로 인해 유럽국가가 여섯 번, 남미국가가 여섯 번 우승하게 됨으로써 대륙별 우승횟수는 팽팽한 균형을 이루었다. 이같은 대립양상으로 인해 각 대륙에서 월드컵에 대한 관심은 더욱 더 높아졌다.

이원홍기자 blues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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