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의 퍼스트 레이디 우 여사는 휠체어를 타고 다닌다. 85년 타이난(臺南)현 현장 선거에 출마한 남편을 돕다 교통사고를 당해 하반신이 마비됐기 때문이다.중학교 선후배 사이로 만난 천 총통과 우 여사의 젊은 시절 사랑 이야기도 아름답지만 아내를 화장실에 데려다주기 위해 매일 밤 두 번씩 잠에서 깨는 천 총통의 지극한 아내사랑도 감동적이다. 부모가 가난한 법대생과의 결혼을 반대하자 집을 뛰쳐나간 부잣집 딸, 남편이 명예훼손 사건에 연루돼 투옥되자 대신 입법의원에 출마해 ‘의정활동 1위’의 성적을 일궈낸 아내…. 두 사람의 인생은 소설만큼 극적이다.
▷우 여사의 외국방문은 흔한 행사가 아니다. 20일로 천 총통이 취임한 지 만 2년이 되지만 지금까지 단 두 차례 외국에 나갔을 뿐이다. 대만이 발주한 선박 진수식에 참석하기 위해 방문한 일본과 남편을 대신해 ‘2001 자유상’을 받기 위해 찾은 프랑스가 전부. 휠체어를 타고 다니는 것이 제약요인이기는 하지만 정치적 이유가 더 크다. ‘하나의 중국’을 내세우는 중국의 위세에 눌려 세계 각국이 천 총통의 입국은 물론 우 여사의 입국까지 꺼리기 때문이다.
▷대만측 인사는 우 여사 방한의 비정치적 의미를 강조하기 위해 한국의 장애인협회와 손잡고 행사를 준비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한국측은 정치적 외교적 잣대를 들이댄 것 같다. 외교부 관계자는 “대만 퍼스트 레이디의 방한은 누가 봐도 정치적 의미가 담겨 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그렇지만 한국이 우 여사의 방한을 거부한 것은 지나치게 중국을 의식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사실이다. 좀더 의연하게 대처할 수는 없을까.
방형남 논설위원 hnbh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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