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이슈]薛의원 정보 ‘말못할 곳 ’서 줬나

  • 입력 2002년 4월 24일 18시 24분


민주당 설훈(薛勳) 의원의 메가톤급 폭로에 대한 의혹이 갈수록 증폭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정보기관 개입설까지 제기되고 있다.

▽설훈 의원 무슨 얘기할까〓설 의원은 폭로 엿새째인 24일 오후 5시45분경 당사 대변인실로 “25일 기자간담회를 갖고 현 상황에 대한 입장을 밝히겠다”는 전화를 걸어왔다. 그는 전날 “테이프를 확보하지 못한 채 의혹을 폭로한 것은 경솔했다”고 말한 뒤 언론과의 접촉을 피해 의혹만 부풀렸다.


▼관련기사▼

- 설훈의원 25일 테이프관련 기자회견

설 의원이 ‘말바꾸기’를 계속하자 당 안팎에서는 설 의원에게 뭔가 말못할 사정이 있는 것 아니냐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설 의원은 20일 “내가 듣지는 못했지만 신뢰할 만한 사람이 테이프를 갖고 있다”고 말했으나 ‘신뢰할 만한 사람’이 누구인지에 대해서는 계속 입을 다물고 있다.

따라서 25일 기자간담회에서 설 의원이 어떤 얘기를 할지를 놓고 여러 가지 관측이 나오고 있다. 설 의원의 한 측근은 “증거를 내놓으려고 하는 것 같지는 않다. 조금만 기다려 달라”고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였으나, 심재권(沈載權) 기조위원장은 “뭔가 있을 것이다”며 기대를 나타냈다.

한 의원은 “설 의원이 구체적인 물증을 내놓기보다는 검찰 수사를 촉구하는 내용이 될 것이다”라며 “설사 테이프를 입수, 공개하더라도 야당이 조작이라고 주장하면 공방만 오갈 뿐이므로 검찰에 거증 책임을 넘기자고 주장할 것이다”고 말하기도 했다.

▽정보 제공자 누구일까〓설 의원은 19일 폭로 기자회견을 하면서 최규선(崔圭善)씨의 측근이 제보했으며 녹음 테이프는 최씨의 다른 측근이 보관중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제보자와 소유자가 누구인지는 여전히 분명치 않다.

설 의원이 그런 엄청난 내용을 국회도 아닌 기자실에서 폭로한 것도 사실에 대한 자신감이 있었기 때문이며 이는 검찰 국정원 청와대와 같은 정보기관이 자료를 제공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즉 테이프가 존재하더라도 ‘권력기관의 정치개입’으로 밝혀질 경우 엄청난 역풍에 직면할 수도 있다는 점 때문에 설 의원이 곤혹스러워 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나라당도 이 대목을 부각시킬 태세다. 한나라당이 24일 당 화합발전특위를 열어 설 의원의 폭로 배후에 국가기관이 도사리고 있는지 철저히 규명해 나가기로 한 것도 그런 맥락이다.

일각에선 테이프 소유자가 최씨의 이종사촌인 이모씨라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이씨는 최씨가 유력 정치인을 만날 때마다 만년필 녹음기로 대화내용을 녹음했으며, 그런 테이프가 상자 2개 분량이나 된다는 것이다.

▽테이프 내용 논란〓테이프에 담긴 내용이 부실해 물증으로서의 가치가 높지 않기 때문에 추가 물증을 확인 중이라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설 의원은 테이프에 담긴 내용에 대해 구체적으로 언급한 적이 없으나 정부기관의 한 관계자는 “테이프에는 ‘여비로 보태 써달라’는 최씨의 말이 들어 있을 뿐 2억5000만원이 명시돼 있지는 않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또 당의 한 관계자는 “테이프에 ‘좀 보태 쓰십시오’ ‘뭐 이런 걸’ ‘아 그거 총재님한테 전달했어. 총재님이 좋아하시더라’는 대화 내용이 담겨 있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그런 내용이라면 얼마든지 조작할 수 있는 것이다”며 설 의원의 폭로는 정치공작이라고 거듭 주장했다.

정용관기자 yongari@donga.com 부형권기자 bookum90@donga.com

설훈 의원의 폭로 내용과 발언들
시기폭로 내용 및 발언
19일 오후-최규선씨가 지난해 12월 윤여준 의원에게 당시 이회창 총재에게 전해달라며 현금 2억5000만원 전달했다. 최씨와 윤 의원 간의 대화 내용이 녹음된 테이프를 최씨의 측근이 보관 중이다. 증인이 직접 나설 수 있고 증거도 확보하고 있다. 며칠 전 제보를 받고 확인하느라 시간을 좀 보냈다.
19일 밤-녹음테이프는 내가 갖고 있지 않으며 그 내용도 직접 듣지는 않았으나 신뢰할 수 있다. 다음주 초 증인과 녹음테이프를 내놓겠다.
20일 오전-녹음테이프를 구하느라 최선의 노력을 하고 있다. (테이프 갖고 있는) 그 사람이 잠적해 지금 찾고 있는 중이다.
21일 오후-녹음테이프를 가지고 있는 증인이 공개를 주저하고 있어서 설득 중이다. 한나라당이 조작 가능성 운운하는 것은 테이프 공개에 대비한 사전 공작이다.
22일 오전문제의 테이프를 가지고 있는 증인과 21일 낮에 만나기로 약속을 했는데, 나오지 않았다. 미치겠다.
22일 오후-(테이프를 가지고 있는) 증인에게 다른 쪽에서도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어 (설득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23일 오전-(테이프 내용을 직접 듣지 않은 상태에서 폭로한 것은) 내가 경솔했다. 한나라당은 테이프가 안 나올 것으로 생각하는 것 같은데, 테이프가 공개되면 모든 것이 밝혀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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