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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2년 4월 1일 18시 3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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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자동차업계의 ‘간판’격인 현대자동차는 자사(自社)가 만든 EF쏘나타 액화석유가스(LPG)엔진 모델의 결함을 발견하고도 공개리콜을 하지 않았다가 지난달 31일 건설교통부로부터 경고와 함께 강제리콜 명령을 받았다.
이에 앞서 지난달에는 기아자동차도 LPG승용차의 하자와 관련해 이를 숨기고 자체시정을 하다 같은 조치를 받았다.
자동차업계의 이런 행태에 대해 소비자들은 불만을 넘어 어이없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한 독자는 기자에게 보낸 e메일을 통해 “결함을 알고도 적정한 조치가 없었다는 것은 소비자들이 ‘알아서 조심해 타라’는 식”이라며 “자기 차가 불량이라면 고치지 않고 그냥 타겠느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자동차업계에서는 자발적 리콜을 꺼리는 데는 나름대로 이유가 있다고 항변한다. A자동차사의 한 임원은 “한국에서는 자동차회사가 작은 부품결함을 고치기 위해 스스로 리콜을 하려해도 금방 차 사고가 나는 것으로 잘못 인식된다”며 “이런 실정에서 누가 적극적으로 자발적 리콜에 나서겠느냐”고 반문했다.
리콜이란 자동차에 이상징후가 발견됐을 때 해당업체가 자발적으로 결함을 고치겠다는 취지로 도입된 제도로 긍정적 측면이 적지 않다. 실제로 선진국에서도 리콜 자체에 대한 저항감은 별로 없다. 이 때문에 리콜에 대한 소비자들의 인식이 바뀔 필요가 있다는 업계의 항변에도 일리는 있다.
그러나 이런 현실적 한계를 감안하더라도 기업이 최악의 경우 소비자들의 생명과 관련될 수도 있는 제작결함이라는 중대한 문제를 알고도 쉬쉬하며 감추는 일은 결코 용서받을 수 없다. 잘못을 저지르는 것도 문제지만 그 잘못을 감추는데 급급한 행태는 정치권력이든 기업이든 준엄한 심판이 따라야 한다.
김동원기자 경제부 davis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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