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정계개편과 '좌경화'

  • 입력 2002년 3월 27일 18시 11분


민주당의 대선주자인 노무현(盧武鉉) 후보가 정계개편을 추진하겠다고 공개적으로 밝혀 주목된다. 더구나 같은 경선주자인 이인제(李仁濟) 후보 측은 ‘민주당이 급진 좌경으로 갈 것을 우려한다’는 등 민주당의 정체성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노 후보가 주장하는 정계개편의 핵심은 “정책과 이념 중심으로 정치구도를 재정비한다”는 명분 아래 뜻을 같이하는 한나라당 의원들을 들어오게 하고 그렇게 해서 다수의석의 여당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노 후보가 주장하는 식의 정계개편은 집권당이 국정을 장악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야당의원을 ‘빼내가던’ 과거의 인위적 개편과 무엇이 크게 다른지 모르겠다. 우리는 현 정권 출범 후에도 야당에서 여당의원으로 변신한 ‘철새’정치인들을 여러 차례 보아왔다. 국민의 뜻과는 아무런 상관없이 하루아침에 여소야대(與小野大)정국이 여대야소(與大野小)정국으로 바뀌는 기이한 현상도 경험했다.

그 같은 인위적 정계개편은 우선 민의를 배신하는 행위다. 국민이 선거를 통해 만들어 준 의석 구도가 파당적 이해관계에 따라 멋대로 조작된다면 어떻게 대의정치에 대한 믿음을 갖겠는가. 노 후보는 정계개편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노 후보가 말하는 국민적 공감대의 실체는 무엇인가. 의원의 당적은 의원과 유권자 사이의 약속이다. 그런 약속을 일방적으로 깨는 행위에 대해 무슨 공감대가 형성된다는 건가. 노 후보는 지역중심에서 정책중심으로의 정계개편을 하겠다고 한다. 표면적으로는 그럴듯한 얘기처럼 들리지만 과거 여권이 ‘몸집’을 불릴 때도 항상 개혁과 정치발전을 앞장세웠다.

더욱 우리가 관심을 갖는 것은 노 후보가 생각하고 있는 민주당의 정책과 이념이다. 이 후보는 노 후보를 겨냥해 “민주당은 서민 중산층의 이익을 대변하는 정당이지 급진 개혁을 추진하는 정당은 아니다”고 말했다. 노 후보는 이 같은 주장에 대해 자신의 구상을 좀더 분명히 밝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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