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랍 휴스 칼럼]스타선수들 월드컵은 뒷전

  • 입력 2002년 3월 6일 17시 50분


지네딘 지단
지네딘 지단
조지 W 부시 미국대통령이 지난달 서울을 방문했고 5월엔 지네딘 지단이 그곳에 있을 예정이다. 우리들 대부분에게 위대한 축구선수의 일거수 일투족은 정치인이 내는 잡음보다 훨씬 관심거리다.

경기장은 물론 바라건대 안전대책도 확실히 마련됐다. 날이 갈수록 우리들 몸안엔 월드컵에 대한 기대가 용솟음치고 있다.

하지만 선수들도 마찬가지일까? 대회 2연패를 노리는 지단 역시 5월31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프랑스대표팀을 이끌 날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을까?

현재 그는 절정의 기량을 과시하고 있다. 그는 최근 만만찮은 적수 FC 포르투와의 유럽챔피언스리그 경기에서 우리가 꿈에서나 그릴 마법같은 장면을 연출했다. 볼을 자신의 왼쪽 넓적다리 위에 올린 채 근육 움직임만으로 네차례 그림같은 곡예를 부리더니 다시 오른발로 옮겼다. 이 프랑스 축구예술가는 볼과 진한 사랑을 나눌 수 있는 몇 안되는 인간이었다. 상대 선수 두명이 달려들었지만 태클을 해야할지 찬양을 해야할지 망설이고만 있었다.

마드리드 홈구장에서는 프랑스 포르투갈 스페인 브라질 대표팀 선수로 월드컵의 주인공이 될 지단과 루이스 피구, 라울 곤잘레스, 로베르토 카를로스를 한 자리에서 손쉽게 만나볼 수 있다.

이게 바로 유럽 클럽축구다. 엄청난 돈과 탄탄한 역사를 앞세워 세계에서 가장 위대한 선수들을 거느리고 있다.

어쨌든 이 선수들이 여러분처럼 가슴을 두근거리며 5월의 서울을 학수고대하고 있을까? 또 이들이 월드컵을 위해 재능의 일부분을 아껴두고 있을까?

이론적으로는 맞다. 하지만 실제로는 시간이 없다.

레알 마드리드를 예로 들자. 유럽에서 가장 성공적인 그 클럽은 7일 창단 100주년을 맞는다. 힘이 셀 뿐더러 기라성같은 선수들을 보유한 마드리드는 자신과 데포르티보 라 코루나와의 스페인컵 결승전(킹스컵)을 100주년에 때맞춰 홈구장인 산티아고 베르나뵈 구장에 유치했다.

이 자리엔 킹 후안 카를로스도 참석할 예정이다. 스페인의 위대한 테너인 플라시도 도밍고도 출연해 레알 마드리드에 노래를 바칠 것이다. 7만5000명의 열성팬이 스탠드를 가득 메울 것이다. 부상이 스타들을 쓰러뜨리지 않는한 홈팬은 마드리드의 순백색 유니폼이 데포르티보를 압도하는 장면을 보며 소리높여 ‘올레’를 외칠 것이다.

이 모든 것은 레알의 역사적인 해를 기념하는 잔치를 위해 마련된 것이다. 스페인컵은 마드리드로부터 천문학적인 돈을 받은 지단과 동료 스타선수들이 월드컵전 성취해야할 것들중 세 번째 목표에 불과하다. 마드리드는 월드컵 개막일인 5월31일전 킹스컵뿐 아니라 스페인리그 우승컵과 유럽챔피언스리그 우승컵도 노리고 있다.

월드컵 개막 2주전에 열리는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은 마드리드가 역사를 반복하는 또 하나의 예다. 우리 대부분이 높게 점치고 있듯이 마드리드가 결승까지 오르면 선수들은 스코틀랜드 글래스고에 있는 햄프덴파크로 이동할 것이다.

1960년 챔피언스리그 결승전 사상 가장 인상적인 경기가 펼쳐진 곳이 바로 그 곳이다. 마드리드는 당시 헝가리 출신으로 4골을 기록한 푸스카스와 3골을 넣은 디 스테파노를 앞세워 아인트라흐트 프랑크푸르트를 7-3으로 완파했다.

푸스카스는 부다페스트에서 병마와 씨름하고 있지만 디 스테파노는 킹 후안 카를로스와 함께 레알의 명예 회장이다. 열흘전 마드리드가 포르투와 경기를 가졌을 때 알프레도는 오늘날의 스타들과 함께 있었다.

그는 다소 떨어져 있었지만 지단과 피구에게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그는 자신과 푸스카스가 42년전 해냈던 것을 지단과 피구가 재현해낼 수 있을지 지켜보고 있는 것이다.

레알 구단주인 플로렌티노 페레즈는 “우리의 백주년은 세계적인 축제가 될 것이고 세계로부터 축하를 받고 싶다”고 말했다. 대단히 당당한 요구다. 레알마드리드 농구팀은 매직 존슨을 포함한 월드팀과 경기를 가질 것이다. 축구팀은 일본 멕시코에 이어 11월 뉴욕에서 미국과 경기를 가질 것이다. 또 베르나뵈 구장을 종착점으로 한 스페인일주사이클대회가 열릴 것이다.

이런 축하 행사를 위해 1000만달러의 예산이 배정됐고 수익금은 에이즈나 마약 중독에 신음하는 어린이들에게 돌아갈 것이다. 이 시끌벅적한 잔치 와중에 선수들은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월드컵을 위한 준비를 해야 한다.

결국 월드컵이 시작되기 전까지는 유럽의 야심찬 클럽에 속한 스타들이 월드컵에 가슴 설렐 여유를 찾기는 힘든 것 같다.

잉글랜드 축구 칼럼니스트robhu@compuserv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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