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山과 사람]'지구의 허파' 브라질 아마존

  • 입력 2002년 2월 22일 17시 18분



《아마존은 ‘날(生) 것’이다. 정글 가이더 루이스(30)가 밤에 악어 사냥을 가자고 했을 때 기자는 ‘사냥터’가 따로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밤에도 영상 25도를 오르내리는 열대의 훈기. 적도의 밤은 어둠과 적막 그 자체였다. 목소리도 없고 짐승의 울음소리도 없다. 동행한 원주민의 노젖는 소리만이 어둠을 가른다. 강 옆으로 길게 뻗은 밀림의 실루엣. 루이스는 이런 밤이 익숙한 모양이다. 조명등을 쳐 들고 구석구석 잘도 다닌다. 갑작스런 그의 속삭임. “저기, 빨간 두 눈이 보이지요? 저게 악어눈이에요. 저 녀석들은 밤에 빛을 보면 눈이 고양이 눈처럼 빨갛게 돼요. 불빛을 비추면 착시 때문에 눈도 못 감고 한 30초쯤 얼어붙은 듯 가만히 있지요. 그 순간을 노려 냅다 움켜 잡는 거에요.” 과연, 강 속은 군데군데 빨간색 쌍둥이 꼬마 전등을 켜놓은 듯하다. 루이스는 빛의 크기만 보고도 몇 년생 악어인지를 알아맞췄다. 악어는 사람도 잡아먹는다던데…. 그는 사냥감이 포착됐다 싶으면 냅다 노젓기를 명령했다. 그리곤 강속으로 뛰어 들다시피 한다. 그러기를 수차례만에 그는 맨손으로 어른 팔뚝만한 악어 한 마리를 나꿔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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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s아버지가 네덜란드 목사 출신인 루이스는 아마존에서 나고 자란 아마존맨이다. 루이스의 고향은 아마존에서 가장 가까운 도시인 마나우스에서 20㎞가량 들어간 밀림이다.그의 부모는 아들이 아마존에서 현대 문명과 담을 쌓으며 지내는 것을 원치 않았다. 열 여섯이 되던 해 마나우스의 미국인 목사집에 입양을 시켜 고등 교육을 받게 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바로 미국으로 건너간 루이스는 전문대학을 졸업하고 뉴욕에서 여행 가이드로 일했다. 고소득이었지만 가장 불행했던 때였다고 한다.

“뉴욕은 아름다웠지만 사람들은 차갑고 바빴어요. 아마존 원시의 자연이 그리워 견딜 수가 없었지요.”

그는 2년전 다시 고향으로 돌아왔다. 지금은 여행객들에게 정글안내를 하면서 생계를 유지한다. 월급은 우리돈 40만원가량. 미국에서 살 때보다 수입은 형편없이 줄었지만 마음은 그지없이 행복하단다.

브라질 상공에서 바라 본 황톳빛 아마존강과 밀림. 총 6400km에 이르는 아마존강 전체 구간 가운데 3분의2가 브라질 도시 마나우스를 중심으로 한 북부에 있다. 아마존강은 지류만도 1000여개에 달하며 유역밀림면적만도 704만 제곱미터에 달한다.

전세계 열대림의 15%를 차지하는 브라질 아마존의 열대림. 문명에 익숙한 현대인들에게 이 곳은 위험과 두려움의 대상이지만 원주민 인디오들에게는 먹을 것 마실 것뿐 아니라 말라리아약부터 식중독 치료제에 이르기까지 생활에 필요한 모든 것을 제공해주는 삶의 원천이다.

그러나 아마존은 70년대 이후 개발의 손길이 미치면서 급속히 파괴되고 있다. 숲의 훼손뿐 아니라 아마존 강 유역 희귀 동식물들까지 무분별하게 남획되면서 희귀 어종이 20% 이상 줄어들고 멸종하는 등 생태계까지 파괴되고 있다.

실제로 FAO(국제연합 식량농업기구) 자료에 따르면 브라질 전체 산림면적은 1990년 약 56억3900만ha에서 1995년 55억1100만ha로 줄었다. 생활 터전을 잃은 인디오들은 마나우스나 벨렘같은 도시로 몰려 들어 도시빈민같은 삶을 살고 있다.

아마존 정글 초입에서 만난 비셀리(13)네 가족들이 전형적인 경우다. 우리로 치면 초등학교 5학년인 비셀리의 가족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다섯 형제가 같이 살았으나 지금은 뿔뿔이 흩어졌다. 밀림 안에서 물고기와 가축 사냥으로 자급자족하며 살았지만 생태계가 파괴되면서 힘들어졌다. 누나와 형들은 도시로 떠났다. 비셀리의 어머니 미라(40)는 “나무를 잘라 카누를 만들거나 수공예품을 만들어 겨우 살고있다”고 전했다.

그래도 이곳은 아직 현대문명의 때가 묻지 않은 듯했다. 먹고사는 일 때문에 도시로 나가는 사람들도 있지만 고집스럽게 마을을 지키는 사람도 적지 않았다.

갑작스레 자신들의 마을을 방문한 이방인의 모습이 신기했는지 비셀리는 친구들을 불러보았고 미라 아줌마는 없는 살림에 손님 대접한다고 커피를 준비한다, 열매를 모아온다 분주했다. 맑고 고운 눈동자를 가진 미라 아줌마. “살면서 제일 슬펐던 일이 무엇이었느냐”고 묻자 그녀는 이내 눈물을 주르르 흘렸다.당혹스러워 하는 기자에게 힘겹게 그녀가 한 말은 “작은 아버지가 지난 해에 마을 사람들끼리 축구를 하다 심장마비로 죽은 일”이라는 것이었다.아마존 사람들에겐 그보다 더한 슬픔의 경우란 아애 존재하지 않는지도 모른다.

아마존은 비리(腥)다. 사람들의 감정표현도 이처럼 비렸다. 한쪽에선 개발과 파괴가 진행되고 있지만 그속에서도 그들의 삶은 아마존 강물처럼 그렇게 끝없이 이어져 가고 있었다.

마나우스(브라질)〓허문명기자 angelhu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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