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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2년 1월 30일 22시 1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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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와 한국월드컵조직위원회(KOWOC)는 중국이 본선 3경기를 모두 한국에서 치르게 됨에 따라 최대 10만명(월드컵 관전 6만명, 일반관광객 4만명)의 중국 관광객이 한국으로 몰려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국내 여행업계에서도 월드컵 경기를 관전하러 오는 중국 관광객 수요를 7만∼8만명선까지 늘려 잡고, 수송 및 숙박문제 해결에 안간힘을 쓰고 있는 실정. 한꺼번에 너무 많이 몰려올까봐 걱정하는 입장이다.
▼중국측 분위기 싸늘
그러나 중국 현지 분위기는 싸늘하기조차 하다. 중국 정부기관 및 현지 여행사들이 전망하는 월드컵 관람을 위한 방한 인원은 최대 2만명 수준. 관광업무를 담당하는 중국국가여유국의 장시친(張希欽) 부국장은 “한국에 월드컵을 보러 가는 사람은 대략 2만명 이하가 될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한국에서는 월드컵을 보러 7만∼8만명의 중국인이 방한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하자 그는 “경기당 4000명 정도씩 단체 관전하는 것도 정말 큰일이다. 동시에 그만한 인원의 식사와 숙박을 차질 없이 책임질 수 있느냐”고 반문했다.
월드컵 기간에 한국을 찾는 중국 관광객이 최대 2만명일 것이라는 전망은 중국축구협회는 물론 중국국제체육여유공사, 중국국제여행사총사 등 베이징 소재 4개 주요 여행사를 방문한 결과 일치했다.
국제축구연맹(FIFA)이 중국 측에 배분한 입장권을 중국축구협회로부터 위임받아 관리하는 중국국제체육여유공사의 황이(黃毅) 관리부장은 “확보된 입장권이 1만2000장밖에 없다. 그것도 추가로 요구해 2000장을 더 받은 것이다. 내달 6일 FIFA 입장권 담당자가 베이징에 오면 4000장을 더 요구해 보겠지만 가능한지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베이징 소재 주요 대형 여행사들은 현재 관광객 모집은커녕 월드컵 방한상품 개발조차 엄두도 내지 못하고 손을 놓고 있는 상태.
FIFA로부터 배정 받은 1만2000장 외에 더 이상 입장권을 구할 수 없기 때문이다.
▼표 실명제로 매매 안돼
중국국제여행사총사의 류우슝(劉武雄) 공민여유부 총경리는 “중국에서 입장권을 구할 방법이 없다. 한국여행사들이 자신들이 확보한 표를 사라고 연락해오는 경우가 있지만 FIFA가 입장권 실명제를 하고 있는 처지에서 섣불리 그런 표를 살 수 없다. 이름이 다른 입장권으로 여행상품을 판매했다가 만약 단 한사람이라도 경기장에 못 들어가면 회사 문을 닫아야한다. 표가 없는 이상 상품도 내놓을 수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그는 “인터넷 구매를 통한 입장권 확보도 생각해볼 수 있지만 중국엔 인터넷 인구가 많지 않은데다 결제수단인 ‘마스터카드’ 소유자도 거의 없다”고 가능성을 배제했다.
이미 매진된 중국전 국내 판매분을 중국에 넘기는 방법은 입장권에 대해 재산권을 가지고 있는 FIFA가 입장권 실명제와 전매금지를 천명하고 있어 원칙적으로 불가능하다. 이는 암표거래 방지를 위한 것.
FIFA의 우려대로 실제 암표 거래가 시도되고 있다. 베이징 소재 B여행사의 총경리는 한국에 입장권을 구하러 나왔다가 11만원짜리 2등급표를 75만원에 사라는 한국여행사의 권유에 포기했다고 실토했다.
서울, 광주, 제주에서 펼쳐질 중국 3경기의 입장권은 모두 13만8000장. 이중 해외분은 6만4000장이다. 중국이 경기상대국인 코스타리카, 브라질, 터키에서 판매되지 않은 입장권을 입수할 수 있지만 이도 그리 수월하진 않다.
중국이 내달 1일부터 해외여행 자유화를 본격 시행할 예정이라지만 아직도 여권을 만드는데 1개월 이상 걸리는 게 현실. 설사 상대국으로부터 입장권을 배분 받게 되더라도 시기가 너무 늦으면 결국 한국행이 어렵기 때문.
▼여권 발급 1개월 걸려
한국월드컵조직위 수송관광사업단 전춘섭(全春燮) 단장은 “솔직히 중국 측의 싸늘한 반응에 놀랐다”며 “실상을 파악한 만큼 내실을 꾀하며 중국 측이 최대한 입장권을 확보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한국을 방문한 중국 관광객은 모두 48만2248명. 이중 6월에 3만7000여명이 방문했다. 경우에 따라선 월드컵 기간에 평시보다도 중국 관광객이 줄어들 공산마저 있다.
현재 4박5일 일정의 한국여행 패키지 상품의 가격은 대략 5000위안(약 83만원). 양국 여행사들이 월드컵 기간에 한국여행 상품가격이 기존의 2배인 1만위안(약 166만원)선에서 결정될 것으로 보고 있다. 1만위안이면 중국에서 유럽여행 상품의 가격. 월드컵 입장권을 갖지 못한 경우 평소 2배의 가격으로 한국을 방문할 사람이 그리 많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전창기자je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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