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 연두교서, 정부 반응]'강경한 부시'에 정부 당혹

  • 입력 2002년 1월 30일 18시 17분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연두교서를 통해 북한의 대량살상무기 위협에 대해 강력한 경고의 메시지를 보낸 데 대해 우리 정부는 표면적으로는 “미국 정부의 통상적인 대북(對北)인식과 차이가 없다”는 반응을 보이면서도 당혹스러워하는 분위기였다.

외교부 당국자는 30일 “부시 대통령의 발언은 북한의 대량살상무기 개발 의지에 대한 경고의 성격도 있지만 실제로는 테러 불안에 떨고 있는 국민을 안심시키기 위한 목적이 더 크다”면서 “미 국무부측이 부시 대통령의 연설 후 우리 측에 ‘확대해석할 필요는 없다’는 메시지를 전해왔다”고 밝혔다.

정세현(丁世鉉) 통일부장관은 “미국 측이 북한에 좀 더 순화된 태도를 촉구하기 위해 협상 테크닉을 발휘한 것으로도 보인다”며 “북한의 경우는 중국이 지원하고 있고 지정학적으로 한국과 붙어있다는 점에서 이란, 이라크와 같은 방식으로 대하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이런 맥락에서 북한과 대화하려는 미국의 의지는 변함없는 것으로 보고 있다. 잭 프리처드 한반도평화회담특사와 북한 박길연(朴吉淵) UN대사가 10일 뉴욕에서 접촉한 것이나 최근 한미일 대북정책조정감독그룹(TCOG)회의에서 미국이 ‘진지한 대화’ 의지를 표명한 것 등이 이같은 판단의 근거다.

하지만 북-미대화 재개를 위해 측면에서 전력을 쏟고 있는 정부로선 다음달 20일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부시 대통령의 이런 발언이 터져나오자 북측의 강경대응 가능성 등을 내심 우려하고 있다.정부 당국자는 “북한은 일단 강경 대응으로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며 “혹시 북미간에 양측의 설전이 이어지는 상황이 전개될 경우 남북관계 진전에도 바람직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정부 일각에선 “부시 대통령이 방한에 앞서 강한 어조로 북한을 비난한 데는 한국 정부에 남북관계 개선을 신중히 추진하라는 메시지도 담겨있는 것 같다”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이종훈 기자 taylor55@donga.com

김영식 기자 spea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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