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엔론사태'로 비화 조짐

  • 입력 2002년 1월 30일 01시 48분


28일 법정관리를 신청한 세계적인 장거리 통신업체 글로벌 크로싱이 파산하기 전 정계의 실력자들을 대거 투자자로 유치하는 등 정경유착 의혹이 제기되면서 ‘제2의 엔론사태’로 번져나갈 조짐을 보이고 있다.

미 뉴욕타임스는 29일 조지 부시 전 대통령이 글로벌 크로싱사로부터 연설비조로 8만달러(약 1억800만원)에 상당하는 주식을 받았다고 보도했다. 신문에 따르면 부시 전 대통령은 99년 일본 도쿄에서 글로벌 크로싱사의 투자자들에게 유치 연설을 해주는 대가로 이 주식을 받았으나 현재 이 주식을 처분했는지 여부는 확인되고 있지 않다.

타임스는 또 글로벌 크로싱사가 민주국가위원회 테리 매컬리프 등 워싱턴의 유력 정치인과 경제인사들을 투자자 형식으로 회사에 끌어들여 사업을 확장했으며 매컬리프는 이 회사가 파산하기 직전 주식을 팔아 거액을 챙긴 것으로 드러났다고 전했다.

신문은 미 공화당의 기금조성자인 티시가(家)도 이 회사에 투자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이 회사 주식에 투자해 12만달러를 잃은 미국 뉴욕의 린다 로치는 “유력인사들은 이 회사에 투자해 떼돈을 벌었는데 우리 같은 보통사람들은 어떻게 빈털터리가 됐는지 이해가 안간다”고 말했다.

버뮤다에 본사를 둔 장거리 통신업체 글로벌 크로싱은 세계 주요 대도시를 연결하는 해저케이블을 설치하는 업체로 인터넷 붐이 한창일 때 무리한 네트워크 확장으로 인해 막대한 채무를 안게 됐다.

법정관리 신청 당시 이 회사의 장기채무는 124억달러, 자산은 224억달러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파산규모는 미 역사상 최대규모인 엔론의 절반 수준이다.

글로벌 크로싱의 주가는 전날 뉴욕 주식시장에서 지난주 말 0.51달러에서 41.2%나 폭락한 0.30달러까지 떨어진 뒤 거래가 정지됐다. 이 회사의 주가는 2000년 초만 해도 61달러에 거래됐었다.

하종대기자 orion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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