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월드컵-아리랑행사 연계안된다

  • 입력 2002년 1월 27일 18시 34분


정부는 북한이 평양에서 개최하는 아리랑행사(4월 29일∼6월 29일)와 국내에서 열리는 월드컵대회(5월 31일∼6월 30일)를 연계하는 관광사업을 추진할 생각을 갖고 있는 모양이다. 한마디로 한심스럽기 짝이 없는 발상이다.

우선 월드컵대회와 아리랑행사는 그 내용이나 목적으로 봐도 연계가 될 수 없다. 월드컵대회는 세계인의 친목과 우의를 다지기 위한 비정치적 축제인 반면 아리랑행사는 북한의 독재체제를 강화하기 위한 그들만의 정치적 행사다. 그런 정치 행사에 월드컵대회를 연계시키는 것은 대회의 고귀한 이념을 훼손하고 변질시키는 일이다.

더구나 아리랑행사를 성대히 열려는 북한의 의도와 속셈도 불순하다. 표면적으로는 김일성(金日成) 주석의 90회 생일과 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의 60회 생일 그리고 조선인민군창설 70주년을 기념한다는 것이나 그 배경에는 엄청난 정치적 노림수가 있다. 이 행사가 북한 주민의 단합을 도모하기 위한 것은 물론이고 남한 내부의 혼란과 남남 갈등을 자극하려는 전형적인 통일전략전술의 하나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북한이 작년 8·15민족통일행사에 남한인사들을 초청해 놓고 어떤 행동을 했으며 그것이 남한 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는 우리가 생생히 경험했다. 아리랑행사는 월드컵대회에 대응하기 위한 북한의 맞불작전 성격도 짙다.

사정이 이런데도 정부의 일부 관계자들은 ‘남북이 관광객을 교류시킬 수 있다면 긍정적인 일’이라며 금강산과 원산 평양을 잇는 육로 여행길을 마치 꿈의 여행길인 것처럼 얘기하고 있다. 북한이 그런 여행길을 개방할는지도 아직은 의문인데 김칫국부터 먼저 마시는 태도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현 정권은 대북(對北)정책의 성과를 거두겠다는 조급한 욕심 때문에 북한이 조금만 움직여도 무슨 큰 변화가 있는 것처럼 과장하고 떠드는 것 아닌가. 월드컵과 아리랑행사의 연계라는 한심한 발상도 그래서 나오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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