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너무도 정략적인 '내각제 카드'

  • 입력 2002년 1월 25일 18시 50분


민주당 내 최대 조직인 중도개혁포럼이 내각제 개헌 공론화를 치고 나오자마자 정계개편론이 뒤따르는 것을 보면 그 자체가 미리 계획된 수순을 밟고 있다는 느낌을 지우기 어렵다. 이르면 2월 말까지, 늦어도 4월까지는 마무리해야 한다는 정계개편론의 핵심은 민주당과 자민련 민국당에 일부 한나라당 세력까지 끌어들인 이른바 ‘반(反)이회창 연대’로 올해 말 대통령선거를 치러야만 승산이 있다는 것이다.

민주당 중도개혁포럼이 내각제 공론화를 치고 나온 이유가 어떡하든 정권을 재창출해야 한다는 조바심에서 비롯되었다는 것은 명백하다. 그러나 그 방안이 내각제를 고리로 한 정계개편이라면 이는 오로지 권력 유지만을 위한 정략적 야합이라는 국민적 비난을 면하기 어려울 것이다.

우선 시기적으로도 맞지 않다. 민주당은 이미 대선 예비주자들이 경선에 돌입한 상태다. 한쪽에서는 대통령 후보를 뽑기 위한 국민참여경선제까지 도입한다면서 다른 한쪽에서는 내각제를 들고 나오는 것은 내각제 실시 시점이 언제냐를 떠나 옳지 못하다. 공론화를 하더라도 당 후보가 결정된 다음에 당론으로 국민의 뜻을 물어야 한다.

더욱 옳지 않은 것은 내각제를 내세워 정계개편을 꾀하는 것이다. 자민련을 끌어들이기 위해서는 내각제뿐이라는 식의 논리로 합당을 추진하는 것은 노골적인 ‘권력 지분 나눠먹기’에 지나지 않는다. 이 정부는 원래 99년 말까지 내각제 개헌을 하기로 한 ‘DJP 공동정부’였다. 그러나 그 약속은 지켜지지 않은 채 DJ와 JP간의 반복된 정략적 연합과 결별로 정치 불신과 국정 혼란을 심화시켰고 그 폐해는 나라와 국민 모두에게 돌아갔다. 그런 두 정파가 다시 내각제를 빌미로 손을 잡는다는 것은 국민을 우롱하는 것이다. 나라의 권력구조를 바꾸는 중대한 문제를 정략적으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 지금의 내각제 개헌 논란은 당장 중단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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