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덕방]시장 전망은 진실아닌 예측일뿐

  • 입력 2002년 1월 24일 18시 22분


황재성 / 경제부
황재성 / 경제부
연초부터 부동산 시장이 소란스럽다. 지난해 12월 중순경 부동산 관련 각종 연구기관들이 내놓은 올해 부동산 시장전망에서 비롯된 일이다.

모든 연구소가 올해 집값이 5∼10%, 전세금은 10% 안팎에서 오를 것이라는 전망치를 내놓자 여유돈 투자자는 물론 내집마련 실수요자들까지 부동산 투자에 눈을 돌렸다.

이후 서울 강남을 중심으로 집값이 하루 이틀 사이에 수천만원씩 오르는 곳이 속출했다. 영하의 쌀쌀한 기온과 연말연초라는 악재에도 아파트나 오피스텔 모델하우스에는 밤샘 청약자도 적지 않았다.

급기야 과열을 우려한 정부가 부동산 투기자에 대한 강력한 세무조사 방침을 발표하고 그린벨트를 풀어 10만가구 규모의 주택을 공급한다는 처방까지 내놓았다.

이런 일련의 과정을 보면서 이해할 수 없는 것은 시장 전망을 마치 진실로 받아들이는 투자자들의 자세였다.

시장 전망은 말 그대로 예측일 뿐 사실이나 진실은 아니다. 틀리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지난해를 되돌아 보자. 2000년말 대다수의 연구기관은 2001년도 부동산시장을 전망하면서 ‘집값이 떨어지거나 제자리에 머무는 등 사상 최악의 해’가 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결과는 정반대였다. 집값은 90년대 이후 최고의 상승률을 보였고 92년에 도입된 서울시 아파트 동시분양 사상 최고의 청약경쟁률이 나왔다.

여기에는 금융권의 초저금리 현상과 같은 변수가 작용한 탓도 있다. 하지만 주택 수급 불균형 문제는 충분히 예견된 요인이었다.

이런 이유로 올해 일부 연구원들은 시장전망을 아예 내놓지 않았다.

일부는 “박사학위를 따면서 배운 이론으로 설명되지 않는 게 한국의 부동산시장”이라고 푸념하기도 했다.

전망은 예측일 뿐 곧바로 현실화되는 ‘산술계산’이 아니다. 전망만 믿고 무리한 투자를 했다가 손해를 보면 그 결과는 몽땅 투자자의 몫이라는 현실을 잊어서는 안된다.

황재성기자 jsonh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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