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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2년 1월 23일 19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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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삼(金泳三) 전 대통령을 따라 경남 거제 방문에 나섰던 김 전 대통령의 차남 현철(賢哲)씨는 22일 국회의원 재·보궐선거 출마 가능성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자신만만한 태도로 이처럼 되물었다.
연초 YS와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총재 간의 회동 이후 한나라당 일각에선 8월 재·보궐선거 때 부산 경남지역에 현철씨가 당 공천을 받을 것이라는 얘기가 심심찮게 흘러나오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이런 얘기엔 현철씨 공천 카드야말로 틈만 나면 이 총재 비난에 열을 올리는 YS의 입을 막을 묘수라는 그럴 듯한 해설까지 덧붙여져 있다.
진상이야 어떻든 현철씨 발언에 대해 정치권에선 여야할 것 없이 “아직도 정신을 못 차리고 있는 것 같다”는 비판의 소리가 터져 나왔다. YS정부 시절 ‘소통령(小統領)’으로 불리면서 집권 여당의 국회의원 공천을 쥐락펴락했던 시절의 환상에 아직도 젖어있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었다.
심지어 97년 당시 현철씨의 국정개입 의혹을 폭로했던 비뇨기과 의사 박경식(朴慶植)씨도 현철씨의 인터뷰 기사를 보고 전화를 걸어왔다. 그는 흥분된 목소리로 “현철씨가 그토록 정치를 하고 싶다면 나도 출마할 테니 서울의 한 지역구를 택해 함께 국민의 심판을 받자”고 제안하기도 했다.
이날 현철씨는 과거 문제에 대해서도 “시시비비할 생각은 없지만 한보사건과 관계가 없는데도 한보사건의 ‘몸통’인 양 크게 잘못 알려진 데 대해서는 시정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한마디로 억울하다는 얘기였다.
97년 당시 국민이 그를 향해 돌팔매질을 했던 것은 그가 ‘대통령의 아들’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인사에 개입하는 등 국정을 농단한 때문이었음을 아직도 제대로 깨닫지 못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김정훈(정치부) jng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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